506일 만에 … 민간단체 북한 접촉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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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통일부가 대북 민간 지원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우리민족)이 제출한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26일 승인했다.

말라리아 방역 지원 나선 ‘우리민족’ #“북 도발 대응과 인도적 지원 분리”

정부가 민간 단체의 북한 주민 접촉을 허용한 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지난해 1월 6일 이후 506일 만이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인도 지원 등 민간 교류 분야는 유연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이 단체의 접경지역 말라리아 방역을 협의하기 위한 접촉 신청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21년째 대북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민족 외에도 10여 개 민간 단체가 낸 대북 접촉 신청을 검토 중이다.

우리민족은 통일부 승인 직후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에 살충제, 수동 분무기 등 말라리아 방역물자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팩스로 전했다. 이 단체 강영식 사무총장은 “방역은 5월 말부터 해야 한다”며 “우선 팩스로 협의하고, 속히 물자를 지원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국정기획자문위(국정기획위)에 남북관계 개선 방안 등을 담은 업무보고를 했다. 국정기획위 박광온 대변인은 “한반도 평화와 새로운 남북관계를 우리가 주도하기 위해 통일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기획위와 통일부가)동의했다”며 “새 정부 정책과제 추진 계획을 구체적·체계적으로 검토키로 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 퍼주기 논란이 일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답습하는 ‘리턴’(return)이 아닌 점진적 통일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는 ‘리셋’(reset)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대화 재개와 함께 남북기본협정 체결도 추진한다. 남북기본협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으로 7·4 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등 기존 합의들을 정리해 남북이 합의하자는 내용이다. 국회 동의를 거쳐 구속력을 갖도록 해 정부 교체 때마다 남북관계가 출렁이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통일부는 남북 상생을 위해 남북한 시장을 하나로 통합하고 남북 경제교류를 중국·러시아로 확대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도 실천해 나가기로 했다. 이수훈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은 “현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선 북한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은 (현 정부의 역점인) 일자리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김록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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