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사진관]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킨 한국 찾은 유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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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선 기자

“아버지의 희생으로 지킨 평화가 헛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
1950년 12월 장진호 전투에서 실종돼 아직도 유해를 찾지 못한 토마스 엘런 두피 육군 상병(당시 22세)의 딸 리넷 투커(66) 씨가 24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미국군 참전기념비 공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편지형식의 낭독문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투커 씨 등 한국전에 참전했다 전사·실종된 미국군 장병 27명의 자녀, 형제 등 유가족 53명을 위로와 감사의 뜻으로 이들을 초청했다.

한국전에 참전했다 희생된 미국군 유가족들이 24일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미국군 참전기념비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투커 씨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었다. 그녀가 군악대의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연주 속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가자 낭독문을 듣고 있던 다른 유가족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기도 했다.
실종자 클레어런스 블리스 육군 중위(실종 당시 29세)의 아들 마이클 블리스(69) 씨는 “아버지가 생명을 바친 나라의 땅을 밟은 것은 아버지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소중한 시간이다”고 말했다.

한국전에 참전했다 희생된 미국군 유가족들이 24일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미국군 참전기념비에서 추모식을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편지 낭독이 끝난 뒤 전사자와 실종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롤 콜(Roll Call) 행사에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희생자들의 생전 인물 사진을 복원한 유화 액자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액자 속 희생자들의 얼굴을 만지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희생자 가족들은 24일 양주 25사단에서 열리는 네바다 전투 기념식을 참관하고 용산 전쟁기념을 들러 희생자를 위한 헌화와 탐방의 시간을 갖는다. 또 26일에는 분단의 상징적인 장소인 판문점을 방문한 뒤 서울로 돌아와 창덕궁과 인사동을 탐방한다. 방문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한국 민속촌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를 관람한 뒤 27일 출국한다. 사진·글=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