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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서 또 등장한 '못 폭탄', 테러에 애용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자폭테러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못 폭탄(nail bomb)은 적은 비용과 간단한 제조법으로 살상력을 극대화하는 사제 폭탄이다.

수백 개 금속 파편을 총알보다 빠르게 날려 #비용 적고 제작 간단…IS, 제조동영상 배포도

폭발물에 못, 나사, 바늘, 면도날 파편 등 금속을 가득 채워넣어 만드는 못 폭탄은 폭발만 일으키는 일반적인 사제 폭발물보다 더 치명적이다. 폭발력 자체는 대량 살상을 할 만큼 강하지 않지만 수십·수백 개의 금속 물질들을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사방으로 날려보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하다샤 병원이 공개한 못 폭탄 피해 생존자의 엑스레이 사진. 몸 속에 박힌 파편들이 확인된다. [하다샤 병원]

이스라엘 하다샤 병원이 공개한 못 폭탄 피해 생존자의 엑스레이 사진. 몸 속에 박힌 파편들이 확인된다. [하다샤 병원]

지미 옥슬리 미국 로드아일랜드대 교수는 23일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못 폭탄에서 튀어나온 금속 물질은 초속 2㎞ 정도로 총알보다 빠르다"며 "폭발 자체는 빠르게 움직이면 벗어날 수 있지만 금속은 (폭발 반경보다) 훨씬 멀리 날아가기 때문에 피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못 폭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재료로 하기 때문에 비교적 제작이 간편하고 비용이 적게 들어 테러 범죄에 종종 이용돼 왔다. 지난 2013년 미국 보스턴에서 80여 명의 사상자를 냈던 '보스턴 마라톤 테러' 때도 압력밥솥을 폭발물로 개조하고 내부에 금속을 가득 채운 못 폭탄이 사용됐다.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뤼셀에선 테러범들이 못과 유리조각으로 만든 못 폭탄을 터트리면서 32명이 희생됐다.

그동안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은 못 폭탄의 사용을 장려하고 제조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배포해왔다. 지난해 말 IS가 공개한 '불신자들을 도살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선 군복을 입은 IS추종자가 부엌에서 쇠구슬을 가득 채운 폭탄을 만드는 법을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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