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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독립성, 4대 강에 또 상처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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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록환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록환정치부 기자

김록환정치부 기자

“휴~. 심란하죠.”

첫마디부터 한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4대 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지시한 다음 날인 23일. 익명을 원한 감사원 간부는 “(4대 강) 감사를 하긴 해야겠지만, 어제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하루 종일 (감사원)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졌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하다. 감사원이 이번에 4대 강 감사에 나서게 되면 같은 사안에 대해 네 번째 감사다. 감사원 54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사실 감사원에 4대 강은 지우고 싶은 단어다. 2010년 이후 세 번의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매번 논란에 휩싸였다.

2011년 1월 발표된 첫 4대 강 감사 결과는 ‘사소한 문제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상은 없다’였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 1월의 두 번째 감사에선 ‘수질 악화 우려가 크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7월 발표된 세 번째 감사 결과에선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재추진을 노리고 담합을 방조했다’고 발표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런 4대 강 사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통해 “4대 강 정책감사를 실시하라”고 한 것은 절차적으로도 논란의 소지를 피할 수 없다. 2004년 김선일씨 피랍사건 당시 감사원은 외교통상부 등 관련 부처에 대한 감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감사를 ‘지시’한 게 아니라 ‘요청’을 했다. ‘지시’ 대신 ‘요청’이란 단어를 쓴 이유가 있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청와대 수석의 지시로 감사를 시작할 수는 없다. 이 법에 따르면 감사가 진행되려면 국무총리가 감사를 요구하거나 관계부처 장관이 공익감사를 청구하도록 돼 있다. 일반 국민은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공익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법 제2조 1항에는 감사원이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의 지위를 가지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문 대통령도 추후 국무총리나 장관의 감사청구로 형식요건을 충족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적폐 청산’ 목적의 이번 감사가 내용적으로는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매번 감사를 할 때마다 점점 더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바뀐 4대 강 사업에서 이번에는 어떤 문제점이 새로 나올지 아직은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만약 감사원이 이미 실시한 세 번의 감사 때 보지 못한 4대 강 사업의 문제점을 네 번째엔 제대로 찾아낸다고 할 때 과연 박수만 쏟아질까. 감사원의 독립성엔 “정권 눈치만 보는 영혼 없는 기관”이란 회복불능의 네 번째 상처가 불가피하지 않을까.

김록환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