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폐경 이후 여성이 오래 사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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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진화』(웬다 트레바탄 지음, 박한선 옮김, 에이도스, 446쪽, 2만2000원)는 여성의 몸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다. 미국의 생물인류학자인 저자는 번식에 유리한 특성이 ‘자연선택’돼 오늘날 여성 몸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남성보다 넓은 여성의 골반 모양은 머리 큰 아기를 낳기 위해 최적화된 장치라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포유류·영장류가 암컷 혼자 새끼를 낳는 것과 달리 인간의 여성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출산하는 것도 진화의 산물로 본다. “진화적인 측면에서 분만을 앞둔 여성의 불안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유익한 유산이다. 혼자 아기를 낳기를 꺼려한 여성들이 더 건강하고 많은 자식을 낳을 수 있었다.”

“여성의 몸은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진화했다”는 관점에서 번식이 중단된 폐경 이후 여성이 오랫동안 사는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할머니 가설’을 내세웠다. 할머니가 있으면 손주의 첫 1년 생존율이 의미있게 올라간다는 일본짧은꼬리원숭이의 사례를 들면서, “고령의 여성은 자신이 직접 아기를 낳아 키우는 기회를 포기하고 대신 그 기회를 손주를 돌보는 기회와 ‘트레이드’한다”고 했다. 흥미로운 ‘진화의학’의 분석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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