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 땅굴 뚫은 기발한 '에어컨쟁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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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땅굴을 파자."

'100년 만의 무더위'라는 지난해 여름. 완전 가동에 들어간 에어컨 생산을 더 늘릴 방안을 궁리하던 LG전자 경남 창원공장의 박종상 기정(40.사진)은 기상천외한 생각을 해냈다. 손수 커다란 에어컨을 일일이 끌어 다음 공정으로 옮기다 보니 여기저기서 밀리기 일쑤였다.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할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콜럼버스 달걀'처럼 그가 떠올린 생각은 지하 통로에 컨베이어 벨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덕분에 폭발적인 제품 주문을 소화해 LG전자가 6년 연속 가정용 에어컨 생산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한몫했다.

1987년 고교 졸업 후 생산 현장에 몸 담은 박 기정은 20년째 에어컨 생산라인을 지켜 왔다. 기정은 생산과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최고봉에 올라선 '장인'에게 주는 칭호다. 올 초엔 에어컨 생산시스템 구축 및 효율화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의 LG인 상'가운데 최고인 금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2년부터 생산 부문뿐 아니라 구매.연구 담당자들과 함께 '품질 기동대'를 운영해 왔다."불량 제품을 생산라인에서 발견하면 부품 교체로 해결되지만 최종 소비자가 발견하면 브랜드 자체가 교체 당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러다 보니 생산 라인을 24시간 돌리는 제품 성수기 대여섯 달 동안은 공장을 떠나지 못한다. 그는 "어쩌다 보니 세 아이들 입학식.졸업식에 거의 못 가봐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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