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부 아체주(州)에서 동성애 남성 두 명에게 공개 태형을 선고하는 판결이 나왔다. 태형은 '매 맞는 형벌'로 이들은 아체주 주도(州都)인 반다아체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채찍질을 당하게 됐다.
미국 CBS 등 외신에 따르면 동성애 남성 2명은 지난 3월 반다아체에서 동네 주민의 신고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아체 주법원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이들에게 각각 85대의 공개 태형을 선고했다.
인도네시아는 동성 간 연애를 금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수적인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채택한 아체주만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 아체주에서는 미혼 남녀가 동석하는 것도 금지한다. 재판부는 "이들이 성관계를 맺은 게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입증됐다. 이들은 이슬람교도로서 아체주가 적용하는 샤리아법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제인권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휴먼라이츠워치(HRW)에서 성소수자의 권익 문제를 담당하는 카일 나이트 연구관은 "이들의 사생활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 두 사람을 구하는 것"이라며 석방을 촉구했다. 미 국무부도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존중받고 권리에 있어 평등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인도네시아의 급속한 강경 이슬람화를 촉발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인구의 약 87%가 이슬람교인 인도네시아는 타 종교에 배타적이지 않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강성 무슬림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야당이 등장하면서 극단적인 주장과 행동이 발생하고 있다.
앞서 중국계 기독교인 바수키 티아하자 푸르나마(아혹) 전 자카르타 주지사는 이슬람교도가 아니면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인용해 연설한 뒤 무슬림 강경파의 반발을 사 신성모독죄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최근에는 자카르타에서 대규모 반(反) 성소수자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온라인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