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여당 원내대표는 “사드 돌려보낼 수 있다”는데…문 대통령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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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일주일 만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전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우원식 원내대표가 불을 당겼다. 그는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드와 관련, “우리의 법적인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미국으로) 돌려보내는 문제까지 포함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기간중인 지난달 26일 주한미군은 사드 핵심 장비를 이미 경북 성주 부지에 반입했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이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사드 장비 사진 [중앙포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사드 장비 사진 [중앙포토]

전임자인 우상호 전 원내대표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백지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사드 배치에 찬성하고 있는 보수 진영은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우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민의 안위를 포기하고 한ㆍ미 관계도 무시하는 발언이다. 국론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오신환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사드 전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가운데 청와대는 일단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의 강경 기조와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정의용 외교ㆍ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매슈 포팅어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만나 이 문제를 거론했다.

정 단장은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포팅어 보좌관에게 “지난 정부 때 사드 배치 결정을 하는 과정에 석연찮은 게 있다. ‘노(no), 노, 노’ 하다가 갑자기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해서 많은 국민들이 의문을 갖고 있고, 민주적인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사드 배치) 필요성 여부를 떠나서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주변국과도 협의를 해야 하고, 또 필요하면 국회 동의도 받아야 하겠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 단장은 “그러나 그 (재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의 기본정신에 입각해서 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차기 정부에서 국회 비준ㆍ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사드 배치 필요성 자체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정 단장이 미국측에 전한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사드문제를 국민적으로 공론화하는 방법을 찾겠지만, 실질적으로는 '한미동맹의 기본정신'에 입각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우 원내대표가 말한 배치 철회의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은 셈이다.

취임 직후부터 북한의 도발에 직면한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또 미국 국내적으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도 주요 동맹국인 양국간에 강력한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6월 말 워싱턴에서의 첫 정상회담'에 합의하는 등 순풍이 부는 양국 관계에서 사드 문제로 시빗거리를 만드는 일은 어떻게든 피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이낙연 후보자를 비롯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줄줄이 앞두고 있는 국내 정치 여건도 사드 이슈에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에서 사드 갈등이 커지게 되면 새 정부 내각의 출범이 지연될 우려가 있는 만큼 청와대와 여당이 극한 대립은 피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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