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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 1호, '고교학점제' 내년부터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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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인천신현고 학생들이 '법과 정치' 수업시간에 다른 팀원들이 발표한 인천시 정책제안 내용을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진영 기자

11일 오전 인천신현고 학생들이 '법과 정치' 수업시간에 다른 팀원들이 발표한 인천시 정책제안 내용을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장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교육공약 1호인 ‘고교학점제’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일선 학교에 도입될 전망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수업처럼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 듣는 제도로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다.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에 단계별 추진계획 포함 #대학처럼 원하는 수업을 학생이 스스로 선택해 수강 #무학년제와 절대평가 등 교육 패러다임 전환도 추진 #실행까진 교원수급, 학교교실 개선 등 과제도 많아

 교육부가 다음 달 초쯤으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추진계획을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실행에 들어가는 새 교육과정부터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무학년제를 통해 학점제를 실시하는 계획을 세워 대통령 업무보고에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대선 직전인 지난 4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고교학점제 실시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연구 과제를 발주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학점제는 크게 4단계 과정을 거쳐 추진된다. 먼저 내년에 적용되는 새 교육과정부터 학생 참여 수업과 과목 선택권이 확대된다. 현재 실시 중인 교과교실제(각 과목에 해당하는 특화된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를 강화해 개설 과목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한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과목을 주변의 여러 학교가 함께 개설·운영하는 공동 교육과정도 확대할 방침이다.

 2단계는 과목별 이수 기준 마련이다. 대학처럼 일정 성적 이상을 받아야만 해당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고교 교육과정은 성적에 관계없이 출석일수만 채우면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고교에서 실시되는 성취평가제를 바탕으로 이수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취평가는 순위나 백분위가 아닌 학생 개인의 성취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뜻한다.

 3단계는 온라인 수업, 즉 ‘고교 K무크’의 활성화다. K무크는 우수 대학 강의를 일반인이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 시스템이다. 김대원 교육과정정책과장은 “대학처럼 단위 고교별로 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만들어 수강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무학년제까지 도입하면 고교학점제가 완성된다. 무학년제는 별도의 학년 구분 없이 모든 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이수 학점만 채우면 졸업 자격을 얻는 제도다. 현재는 학년별로 이수해야할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이 나뉘어져 있다.

지난 2월 경남고 후배들과 함께 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문재인캠프 김수진작가 제공]

지난 2월 경남고 후배들과 함께 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문재인캠프 김수진작가 제공]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기까지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교육과정은 물론 학교시설, 교원수급 등 교육 전반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한 학기 50여개(일반고 기준)인 교과목 수를 100개 이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교사의 업무 부담도 커진다.

 좋은교사운동본부의 조창완 교육연구위원장은 “무엇보다 다양한 교과목을 소화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국·영·수 중심의 입시가 여전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수업 선택권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지금과 같은 수능 체제가 유지된다면 학교는 입시 과목 중심으로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들도 그런 수업에만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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