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70년대 강남 개발 秘話'를 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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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서울 강남개발 등 도시개발 실무를 담당했던 손정목(孫禎睦.75)서울시립대 명예초빙교수는 당시의 서울 도시계획을 '대담.기발.강압.부조리'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孫교수는 18일 서울 도시개발의 역사를 담은 '서울도시계획 이야기'(전5권.한울) 출판기념 간담회에서 "김현옥.양택식.구자춘씨 등 3명의 시장이 재임했던 12년8개월(1966년 4월~78년 12월) 동안 도로.상수도.지하철 등 서울의 하부구조 틀이 거의 다 완성됐다"면서 "그로 인한 난개발 등 문제점도 많지만 당시에는 무엇보다 양적인 충족이 시급했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급속히 개발됐던 하부구조나 아파트 등도 2030년께는 수명이 다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지금부터 그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孫교수는 50년대 경상북도 내무공무원과 60년대 총무부(현 총무처) 공무원을 거쳐 70년부터 78년까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내무국장.기획관리관 등을 지냈으며, 78년부터 94년까지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도시계획 이야기'는 70년대 서울 개발 역사와 그에 얽힌 뒷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백자 원고지 총 8천매에 달하는 역작으로 7년간의 집필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이 책에서 孫교수는 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쳐 직접 계획, 집행한 한강과 여의도 개발, 강남과 잠실개발과 이후 주택 2백만호 건설 등 굵직한 사건 등을 정리했다.

또 도시개발의 뒤에 숨은 '강남개발을 통한 정치자금 만들기''박정희 대통령의 워커힐 행차를 위한 청계천 고가도로 건설''동물원이 된 핵개발 기지(서울대공원)' 등 다양한 비사(秘史)들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도시계획국장 재직 시절 구자춘 시장으로부터 "국장 3년 동안 도심에 주차장을 한평도 만들지 않았다"는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그는 "도심에 주차장을 만들면 결국 차를 가져오고 교통체증의 주범이 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으로부터 '역적'이라는 꾸지람을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엄청난 땅투기를 불러온 강남개발을 계획, 집행했지만 정작 孫교수는 "살고 있는 아파트 이외에는 땅을 한평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도시계획위원을 지내고 도시개발 업무를 담당하면서 1~2년 정도 먼저 어느 땅이 어떻게 개발될지 알았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땅을 사서 돈을 벌었으면 나나 자식들이 천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孫교수는 서울시립대에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도시 관련 서적을 꾸준히 출간했다. 그동안 집필한 도시관련 책으로는 '조선시대 도시행정사회연구'와 '일제강점기 도시계획연구', 그리고 '한국현대 도시의 발자취' 등 모두 8권이 있으며 66년에는 지금까지 발간되고 있는 월간 '도시문제'를 창간하기도 했다.

이같이 활발한 집필활동 덕분에 지난 30여년간 써놓은 원고의 양이 무려 2백자 원고지로 20여만장에 이른다고 한다.

두 차례에 걸친 암수술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 도시관련 기록을 후세에 남기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집필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혜경 전문기자 <hkshi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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