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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테임즈, 날려라~” 한국어 응원가 떼창하는 밀워키 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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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에릭! 테임즈, 날려라~ 에릭! 테임즈, 날려라~ 에릭! 테임즈, 홈런!”

지난 10일부터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파크에서는 에릭 테임즈(31·밀워키 브루어스)가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구단이 지난 3년 동안 사용했던 테임즈의 한글 응원가를 미국 팬들도 흥얼거리며 따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노래는 1900년대 초 영국 군가였던 ‘콜로넬 보기 마치(Colonel Bogey March)’를 개사한 응원가다. 이날 테임즈가 시즌 13호 홈런을 날리자 밀워키 구단은 소셜미디어에 홈런 장면과 함께 미국 관중들이 응원가를 부르는 동영상을 올렸다.

박중언 NC 마케팅팀 과장은 “밀워키 구단이 테임즈 응원가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해왔다. 영어로 바꿔 부르지 않고 NC 시절 썼던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길 원했다. 그래서 한국어 발음을 영어로 표기해 이메일로 보내줬다”고 전했다.

빅리그에 수출된 한국 응원문화 #MLB 선수별 응원가 따로 없지만 #밀워키, 테임즈 위해 NC에 요청 #타석 등장 때마다 팬들 목청 높여 #국내서도 다시 ‘마산 로보캅’ 열풍 #창고에 쌓여있던 유니폼 불티

메이저리그에는 선수별 응원가가 따로 없다. 필요하면 선수가 좋아하는 노래를 그대로 틀어줄 뿐이다. ‘맞춤형 응원가’에 익숙한 한국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 가면 미국 스타일을 따랐다. 국내에서 활동할 당시 류현진(30·LA 다저스)은 싸이의 ‘젠틀맨’,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장미여관의 ‘오빠라고 불러다오’ 원곡을 테마송으로 썼다.

그런데 밀워키 구단은 테임즈를 위해 한국 응원가를 수입했다. 밀워키 팬들도 한국어 노래를 낯설어 하지 않고 신나게 따라부르고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테임즈가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좋은 기억을 자주 언급했다. 때문에 밀워키 구단이 한국의 색다른 응원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고 들었다. 테임즈를 통해 한국 프로야구 문화가 미국에 널리 알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가 테임즈 응원가를 직수입할 만큼 테임즈는 한국 야구가 성공적으로 역수출한 인기 상품(?)이다. 미국에서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그저 그런 선수였던 테임즈는 2014년부터 NC에서 3년을 보낸 뒤 확 달라졌다. 14일 현재 홈런 13개를 쏘아올린 그는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 0.315(내셔널리그 14위), 타점 25개(내셔널리그 15위)다.

테임즈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면서 한국에서도 다시 한번 ‘마산 로보캅’ 테임즈 열풍이 불고 있다. 조대오 NC 홍보팀 대리는 “테임즈가 이제 NC 선수가 아니기에 그의 유니폼을 따로 제작하지 않는다. 올 초만 해도 테임즈 유니폼을 찾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테임즈가 빅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자 테임즈 유니폼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창고에 재고로 쌓여있던 100여 장의 테임즈 유니폼이 다시 팔리기 시작하더니 이제 40여 장만 남았다. 아예 2017년 새 유니폼에 ‘테임즈’의 이름을 새기는 팬들도 있다. 지난 1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만난 다이노스 팬숍 직원은 “팀을 떠난 선수의 상품은 팔리지 않기 때문에 테임즈 유니폼을 진열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에 몇 통씩 문의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며 “한 남성 팬은 올해 출시된 NC 유니폼을 구입해 테임즈 이름을 새긴 뒤 밀워키에 있는 외국인 친구에게 보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마산구장 팬숍 벽에는 테임즈의 친필 사인이 있는 유니폼이 걸려있다. 10만원 짜리 이 유니폼의 가격은 가늠하기 어렵다. 몇몇 팬들은 “원하는 금액을 다 줄테니 팔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NC 구단은 메이저리그 스타가 된 테임즈의 사인 유니폼을 팔 생각은 없다.

테임즈 유니폼 인기 만발. [사진 NC 다이노스]

테임즈 유니폼 인기 만발. [사진 NC 다이노스]

대학생 이성준(24)씨는 “테임즈가 메이저리그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기뻤다. 그래서 NC의 홈 경기 때마다 테임즈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앞으로도 야구장에 갈 때는 이 옷만 입고 올 생각”이라고 했다. NC 구단 관계자는 “테임즈 사인 물품을 모아서 전시관을 만들었으면 좋았을뻔 했다. 아쉽게도 테임즈 관련 물품이 많진 않다”고 말했다.

테임즈 유니폼을 착용하고 지난 10일 마산구장에 온 NC 팬.

테임즈 유니폼을 착용하고 지난 10일 마산구장에 온 NC 팬.

테임즈도 여전히 NC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NC구단에 따르면 테임즈는 최근 “올해 출시된 충무공 유니폼이 무척 예쁘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NC는 지난달 27일을 ‘충무공 이순신 데이’로 정하고 홈 경기에 앞서 거북선을 모티브로 한 기념 유니폼을 제작해 선보였다. NC는 테임즈 이름을 새긴 충무공 유니폼을 테임즈에게 보내줄 예정이다.

테임즈에게 보낼 예정인 2017년 충무공 유니폼. [사진 NC 다이노스]

테임즈에게 보낼 예정인 2017년 충무공 유니폼. [사진 NC 다이노스]

창원=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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