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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타워의 과거, 경성의 명물 화신백화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31호 22면

화신백화점(1937~1987)

현재 서울 강북의 중심, 종로의 랜드마크는 누가 뭐래도 보신각 맞은편에 있는 종로타워다.

정연석의 Back to the Seoul

미국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Rafael Vinoly·73)가 설계했다. 이 건축물의 백미는 탑 클라우드(Top Cloud)다. 비행접시 모양의 꼭대기 층 철골 구조물로, 그 아래 약 30m가량이 뻥 뚫려있다. 이 도발적인 형태 덕분에 준공 당시 이런저런 구설이 많았다. 시간의 흔적이 두텁게 쌓인 종로의 오래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종로타워에 대한 이러한 관심 혹은 간섭(?)은 타워가 자리 잡은 터가 갖는 상징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 땅은 원래 한국인 최초의 근대건축가 박길룡(1898~1943)이 설계한 화신백화점이 있던 곳이다. 1937년 지어진 화신백화점은 지하 1층 지상 6층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30년대 일본인 거주지인 남촌(명동, 충무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있던 북촌(종로)의 유일한 백화점이었다. 남촌의 미쓰코시(현 신세계 본점)나 조지아(현 롯데 영플라자)백화점 같은 일본 백화점으로 장안의 ‘모던 껄’과 ‘모던 뽀이’들이 몰려들어 근대화된 삶을 즐기던 시절,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까지 갖춘 화신백화점은 당시 경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일약 경성의 명물로 등장한 화신백화점에는 신상품도 구경하고 엘리베이터도 한 번 타보려는 사람들로 넘쳐 “아침에 들어가면 해가 져야 나온다”고 할 정도였다.

화신백화점은 87년 새로운 백화점 건설을 위해 철거되면서 50년 영욕의 세월을 끝냈다. 그 자리에 몇 번의 설계변경을 거쳐 99년 지금의 종로타워가 들어섰다. 화신백화점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면 지금쯤 봄철 세일 플래카드를 걸어두지 않았을까.

정연석 : 건축가. 일러스트레이터. 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 스스로 도시 유목민을 자처한다. 드로잉으로 기록한 도시 이야기 『기억이 머무는 풍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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