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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통한 대화로 비핵화" 문재인·트럼프 대북정책 큰 틀은 같지만…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 첫 통화에서 확인했듯 ‘문재인 시대’의 가장 시급한 안보 현안은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국과 협력하는 것이다. 초기부터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정부는 대북 정책 변환을 예고하고 있다.

압박 종류·강도, 대화재개 조건 등 한·미 간 협의 필요 #文 제시 ‘비핵화·평화협정 대화 병행‘案, 北이 이미 거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밝힌 대북 접근법은 큰 틀에서는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책공약을 통해 단계적·포괄적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해야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북한 선행동론’에 사로잡혀 남북관계가 긴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담대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 구상’은 단계별로 북한이 조치를 취하면 그에 상응하는 ‘당근’을 제시함으로서 핵 폐기라는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게 골자다. 첫 단계는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을 동결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재와 압박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의 핵 동결이 검증된다면 한·미는 군사훈련 축소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 ‘단계별 동시행동’이다.

첫 단계의 단추가 잘 끼워지면 포괄적 접근이 가능하다.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 ‘최고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도 문 대통령의 단계적 접근과 큰 틀에서는 일치한다. 최고의 압박과 관여는 첫단계로 중국까지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를 강하게 압박하고, 이어 북한이 믿을 수 있는 핵포기 의사를 밝히면, 마지막 단계로 관여(대화와 협상)를 통해 핵 폐기, 김정은 체제 보장,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상황’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한·미 간 대북정책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예단이라는 지적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에 가할 압박의 종류와 강도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실질적으로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수단들을 모두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도 제재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북한을 어떤 수단으로 어느 정도로 압박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힌 바가 없다.

대화 재개 조건도 문제다. 미국은 “북한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보상해주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는 수준 정도로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취지다. 북한이 핵동결 조치에 나선다고 해도 동결이 진행되는 어느 시점에서 협상을 재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협의가 필요하다. 이는 북한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는지 여부와도 직결된다. 또 핵동결 검증의 구체적 방법과 로드맵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지도 문제다. 이른바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병행)과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은 이미 중국이 제안했지만 북한이 공개적으로 거부한 방안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핵 국제공조의 핵심은 미국과의 협의에 있는데 어느 수준까지 압박을 가할 것인지, 대화로의 전환은 어떤 조건이 충족됐을 때 할 것인지 등이 세부적 협의 대상”이라며 “미국은 한국 신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대화로 나설 것을 우려하고, 한국은 미국이 압박만 계속하고 군사적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양 측 간에 압박의 종류와 시행 방법, 수순 등에 대해 빨리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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