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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가들이 본 투표일 후보들의 운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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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신문에 연재되는 '오늘의 운세' 지면. 9일 대선 당일 후보들이 운세에 관심이 쏠린다.

일간지 신문에 연재되는 '오늘의 운세' 지면. 9일 대선 당일 후보들이 운세에 관심이 쏠린다.

 우주의 기운 때문인가, 우연의 일치인가. 중앙일보 등 일간지의 '오늘의 운세' 지면이 점친 19대 대선 후보들의 9일 투표 당일 운세가 마지막 여론조사 공표 시점까지 알려졌던 5명 후보들의 판세와 어느 정도 들어맞아 눈길을 끈다. 공교롭게도 '빅5', 5명의 생년은 모두 다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후보자 정보에 따르면 최연장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1953년생 뱀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54년생 말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58년생 개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59년생 돼지띠, 가장 어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62년생 호랑이띠다.

중앙일보 등 일간지 '오늘의 운세' 지면이 점친 9일 후보들의 일진 #"정확히 맞추면 역술인 주가 상승" "수십 만 명에 대한 일반론일 뿐"

 중앙일보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는 철학박사 조규문씨가 점친 9일 문재인 후보의 운세는 '뱀이 동면에서 깨어나 용이 되서 승천함'이다. 다섯 명 중 가장 좋다. 안철수 후보의 운세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였다. 좋은 운세인 듯 아닌 듯 알쏭달쏭하다. 홍준표 후보의 운세는 듣기에 따라 부정적이다. '남보다 자신 먼저 챙겨라'. 유승민 후보 역시 알쏭달쏭하지만 당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점괘다. '똥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 심상정 후보의 운세는 '끝난 일로 잔소리하지 마라'로 초탈, 싱거운 모습이다.

 김재근 운관철학관장이 연재하는 조선일보 '오늘의 운세' 9일 점괘도 중앙일보 지면과 일맥상통한다. 문재인 후보의 운세가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될 듯'으로 가장 좋았다. 안철수 후보의 점괘는 '생각이 많으면 위장이 나빠짐'. 하나마나 한 얘기로 좋은 대선 운세는 아닌 듯. 홍준표 후보의 운세는 '과욕하지 말고 분수 지키도록 한다', 유승민 후보는 '무리한 일은 피하도록 한다', 심상정 후보는 '긍정적 마음 가지면 만사 편함'으로 점쳤다.

 운세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조규문씨는 "대한민국 인구 5000만을 12개 띠로 나눠 같은 띠를 가진 사람이 400만 명이 넘는다. 띠가 같아도 연령에 따라 운세가 달라진다 해도 가령 문재인과 같은 53년생이 수십 만 명은 되기 때문에 '오늘의 운세'는 대선 후보들 각각의 개인 운세가 아닌 일반론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조씨는 그러면서도 "12년간 공부해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땄다. 생년과 달력을 바탕으로 운세를 산출하는데 여러 전문서적을 참조한다"고 덧붙였다. 아무런 적실성 없는 심심풀이는 아니라는 얘기다.

 운관철학관 측도 정확한 날짜는 밝히지 않으면서도 "다른 일간지의 '오늘의 운세'와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을 우리만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소개했다.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기에 정확성을 과시하면 역술인의 주가가 수직상승하는 점을 고려한 발언이다.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미래 예측을 좋아하나. 소설가 김영하씨는 몇 해 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한국인들은 오랜 동안 신비스러운 세계와 관계를 맺어 왔다""점치는 일은 보통 사람들에게 흔한 일이다""한국인들은 관상도 믿는다"라고 쓴 적이 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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