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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아마존 주식 사야했는데 … 버핏의 후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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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6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그려진 팬티를 들어보이고 있다. 주총장에는 버핏이 투자한 회사들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AP=뉴시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6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그려진 팬티를 들어보이고 있다. 주총장에는 버핏이 투자한 회사들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AP=뉴시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기술주(株)에 대한 자신의 판단 착오를 인정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센추리링크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다. 구글·아마존닷컴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서 실수 인정 #“애플·페이스북은 이상적 기업” 칭찬 #“헤지펀드 수수료 비싸” 월가 비판도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의 보험 자회사 가이코가 구글에 광고 클릭당 10~11달러를 내고 있었음에도 구글의 거대한 광고 사업을 알아보지 못했다”며 “구글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2004년 8월 나스닥 상장 당시 50달러대였던 구글 주가는 현재 950달러대로 치솟았다.

아마존닷컴에 투자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후회했다. 버핏은 “제프 베저스를 오랫동안 존경해왔지만, 재능을 과소평가했다. 이 정도로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버핏과 함께 무대에 오른 찰스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도 “베저스는 다른 사람이었다. 좋은 투자처를 놓친 것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핏은 애플·알파벳(구글의 모기업)·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닷컴·페이스북을 “적은 자본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상적인 기업’(ideal business)”이라고 추켜세웠다.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과 비교하며 “과거와는 다른 세계”라고도 했다. 버핏은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IT 기술 기업을 멀리하고, 항공·철도·에너지 같은 유틸리티 산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왔다. 앞으로 버핏의 투자 자산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포춘은 “미래를 배우기 위해 애플 주식을 샀다”는 멍거의 발언을 인용한 뒤 “버크셔해서웨이가 미래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암시했다”고 전했다.

버핏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법인세 15%포인트 인하 계획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버핏은 민주당 당원이었으며,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그는 “법인세 감면이 규제가 많고 경쟁이 치열한 유틸리티 분야의 숨통을 틔워주는 한편, 버크셔해서웨이 투자금에 대한 세금이 낮아져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건강보험법(오바마케어·ACA)을 대체하는 미국건강보험법(트럼프케어·ACHA)에 대해서는 부자를 위한 감세라고 비판했다. 버핏은 “감세가 있으면 적자가 늘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게 된다”며 “미국의 의료비용이 더 많이 증가하고, (증가하는) 의료비용은 미국경제 경쟁력의 기생충”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미 월가의 비싼 수수료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치과의사나 배관공은 전문가로서 의뢰인에게 큰 부가가치를 주지만 헤지펀드 매니저 등 투자업계는 그렇지 않다”며 “10억 달러짜리 펀드가 끔찍한 실적을 내도 투자자들은 20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헤지펀드의 수수료는 2%, 성과보수는 이익의 20%에 달한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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