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권자 수 첫 ‘영·충·호’ 시대 … TK만 따져도 호남보다 많아

중앙일보

입력 2017.05.05 02:30

업데이트 2017.05.05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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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류문화 콘텐츠 간담회’에 참석했다. [오종택·박종근·강정현 기자]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류문화 콘텐츠 간담회’에 참석했다. [오종택·박종근·강정현 기자]

그간 대통령선거에서 유권자 수는 영남-호남-충청 순이었다. 이번엔 충청과 호남이 역전됐다. 이른바 ‘영충호’ 시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정한 유권자 수는 4243만2413명이며 이 중 충청은 442만3483명(전체 유권자의 10.4%)으로 호남(426만2507명·10%)보다 16만 명 더 많다. 역대 대선에서 충청이 호남을 제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남은 대구·경북 428만7499명, 부산·울산·경남 662만7199명이다. 과거엔 지역별 인구 숫자가 대선의 승패를 좌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대결 구도 양상을 보여서다. 영남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유리했다. 인구수가 적은 호남은 80% 이상의 ‘몰표’로 인구의 열세를 상쇄하곤 했다. 이 같은 구도 때문에 영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대선후보가 되곤 했다. 1972년 유신 개헌 전 마지막으로 치러진 71년 7대 대선부터 이번 대선까지 지역별 유권자 추이를 살펴봤다.

지역별 유권자 변화 따져보니
71년엔 호남, 충청보다 100만 많아
호남 인구비율 줄며 지역구도 옅어져
수도권 비중 46년새 30% → 50%로
박정희 이후엔 경기도서 지면 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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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영호충’에서 ‘영충호’로=71년 대선 때만 해도 호남 유권자는 301만1584명으로 충청(204만8077명)보다 100만 명이 많았다. 하지만 2002년 대선에서 양측의 격차는 50만 명(호남 394만2952명, 충청 349만3642명) 이내로 좁혀졌고, 이번에 역전됐다. 비록 중도 탈락했지만 충청 출신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것도 이런 인구 구조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영충호’ 시대가 시작되면서 ‘영호충’ 시대의 산물인 ‘영남 후보 대 호남 후보’의 대선 구도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충청 인구의 급증이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유입에 의한 현상인 만큼 충청 특유의 표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충주체육관 앞에서 유권자를 만났다. [오종택·박종근·강정현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충주체육관 앞에서 유권자를 만났다. [오종택·박종근·강정현 기자]

②경기도는 세 배 커져=71년 대선에서 수도권의 유권자 비중은 30.2%였지만 이제 49.6%나 된다. 반면 영남(29.6%→25.7%)과 호남(19.4%→10.0%), 충청(13.2%→10.4%)의 비중은 모두 줄었다. 절대 숫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경기도다. 71년 179만6979명에서 87년 335만2554명이던 게 현재 1025만5494명이 됐다. 반면 충남·전남은 87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각각 7만6981명 감소한 171만1033명, 8만8566명 줄어든 157만1201명이 됐다. 역대 대선 중 경기도에서 지고도 당선된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5~7대)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동대구역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오종택·박종근·강정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동대구역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오종택·박종근·강정현 기자]

③영호남 격차는 두 배로=71년 대선 당시 호남 유권자는 301만1584명으로 대구·경북(214만7658명)이나 부산·경남(245만8491명)보다 많았다. 영남 대비 호남 유권자 비율은 71년 65.4%였으나 점차 감소하면서 이번 대선에선 39.1%까지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격차 때문에 호남 유권자들이 전략적 몰표를 던지고 이것이 다시 영남을 자극하는 핑퐁게임으로 진행되곤 했다”며 “하지만 이번엔 지역 대결 양상이 약화된 만큼 과거 같은 몰표 현상은 안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른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치’로 표현되던 지역주의가 강했던 97년 15대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가 광주에서 97.3%를 얻은 데 비해 충청 출신이지만 영남을 기반으로 했던 이회창 후보는 대구에서 72.7%를 득표했었다.

④제주도는 ‘작은 수도권’=제주도의 유권자 수는 51만4264명으로 2012년 18대 대선(44만8024명)보다 12.9% 증가했다. 이는 세종시(53.7%)를 제외한 지자체 중 가장 큰 증가 폭이다. 2012년 대선에서 제주도는 박근혜 후보가 50.5%, 문재인 후보가 49%를 득표했다. 인천(51.6%, 48%)·경기도(50.4%, 49.2%)와 유사한 표심이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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