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제 둔화는 일시적" 6월 금리인상 강력 시사한 Fe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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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다음달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3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정례회의 후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0.75∼1%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자산 축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정책결정문의 특이한 점은 “위원회는 1분기 성장 둔화가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는 문구다. 최근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둔화됐지만 이 때문에 앞으로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움직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실제 미국 경제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안 좋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7%(연율)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올 3월 금리를 인상할 때만 해도 경기가 과열이라고 판단해 금리인상을 서둘렀는데, 올리자마자 1분기 실적이 예상을 밑돌자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연준의 행보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준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여전히 건강하다고 봤다. 1분기 성장률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했다. 성장률 부진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명시했다. 지난달 결정문의 “고용시장이 지속해서 강화됐고 경제 활동이 완만한 속도로 개선되고 있음을 나타냈다”는 표현은 “경제 활동 성장세가 둔화했음에도 고용시장이 지속해서 강화됐음을 나타냈다”로 변경됐다. 지난 번 “가계 소비는 완만한 증가를 지속했다”는 표현은 “가계 소비 증가는 보통의 수준에 그쳤지만, 지속적인 소비 증가를 뒷받침하는 기초체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설명으로 달라졌을 뿐이다. 경제 회복세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금리 동결 기조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두 차례 더 금리 인상이 예고되는 가운데 시카고 선물시장에서는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90%선으로 보고 있다. 이날 정책결정문이 금리 인상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다소 ‘매파 같다(hawkish)’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미국채 금리는 개장 초기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다음달 금리인상이 유력하다는 분석에 상승폭을 확대해 마감됐다. 주가 또한 장초반 소폭 하락하다가 FOMC 발표후 금융주가 강세를 보이며 보합세로 마감했다.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고, 상품시장에서 금 가격은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혁안과 인프라 1조원 투자 등 개혁안이 강력하게 시행되면 금리인상 속도가 그만큼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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