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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 ‘심봤다’ … 첫 통합 우승 캐낸 ‘오이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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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일 2016~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을 꺾고 우승한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2일 2016~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을 꺾고 우승한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시스]

2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이 열린 잠실실내체육관. 86-86으로 팽팽하게 맞선 4쿼터 종료 5.7초 전, 안양 KGC인삼공사 가드 이정현(30·1m91cm)은 박재한(23)의 패스를 받은 뒤 서울 삼성의 수비를 뚫고 골밑을 과감하게 파고들어 그대로 레이업슛을 시도했다. 이 슛은 그대로 림을 갈랐고, 양팀의 치열한 승부도 끝이 났다.

프로농구 챔프전 5년 만에 우승 #해결사 양희종, 3점슛 8개 ‘백발백중’ #종료 5.7초전 이정현 극적 위닝샷 #‘붕대 투혼’ 오세근, 챔프전 MVP에 #김승기, 선수·코치·감독으로 우승 #“최근 우승팀 중 최강 어벤저스”

6차전에서 3점슛 8개를 터트린 주장 양희종이 환호하는 모습. [뉴시스]

6차전에서 3점슛 8개를 터트린 주장 양희종이 환호하는 모습. [뉴시스]

이날 3점슛 8개를 터뜨리며 승리의 주역이 된 주장 양희종(33·1m94cm)은 두 손을 치켜들고 기뻐했고, 24점을 넣으면서 공격을 이끈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오세근(30·2m)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챔프전에서도 MVP를 받아 올스타전-정규리그에 이어 ‘트리플 MVP’를 달성한 오세근은 “다른 선수들과 호흡이 정말 잘 맞았다. 덕분에 통합 우승까지 이뤘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가 6차전에서 서울 삼성을 88-86으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2011~12 시즌에 이어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KGC인삼공사는 구단 사상 첫 정규리그·챔프전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김승기(45) KGC인삼공사 감독은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선수(2002-03)및 코치(2007-08), 감독(2016-17)으로 모두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2012년 4월, 20대의 나이에 챔프전 우승을 처음 경험했던 이정현-양희종-오세근 트리오는 각각 서른이 넘은 베테랑이 돼서 다시 한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당시에도 KGC인삼공사는 원주 동부와의 챔프전 6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양희종의 극적인 골밑슛으로 승리(66-64)를 거두고 우승(4승2패)을 차지했다. 이번 챔프전을 앞두고 오세근은 “30대가 돼서 챔프전에서 우승하면 무척 뜻깊을 것 같다. 희종이형, 정현이와 함께 통합 우승의 기쁨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5년 만에 또다시 정상에 오르기까지 이들 트리오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국내 득점 1위(15.28점)에 올랐던 이정현은 챔프전 2차전에서 삼성 가드 이관희와 몸싸움을 벌이다 많은 야유를 받았다. 이정현은 “프로 선수로 생활하면서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었다”고 했다. 평소 허슬 플레이를 많이 펼치는 양희종은 어깨·팔목·발목 등 성한 곳 없이 코트를 누볐다. 오세근은 5차전 도중 상대 선수를 막다가 왼손을 다쳐 압박 붕대를 감은 채 6차전에 나섰다. 더구나 흉부 미세 골절 진단까지 받았을 정도로 몸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뒤 그물 커팅을 하고 있는 KGC인삼공사의 김승기 감독. [뉴시스]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뒤 그물 커팅을 하고 있는 KGC인삼공사의 김승기 감독. [뉴시스]

이날 6차전에선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 3.93점에 그쳤던 주장 양희종이 해결사로 떠올랐다. 양희종은 “우린 큰 경기에 강하다. 개인도 강하지만 함께 뭉치면 누구도 우리를 이길 수 없다”는 말로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는 6차전에서 3점슛 9개 가운데 8개를 성공시키는 신들린 듯한 슛감각을 뽐냈다.

오세근은 고비 때 마다 착실히 득점을 올리는 한편 상대 주득점원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온몸으로 막아냈다. 이를 악물고 뛴 이정현은 마지막 순간 결정적인 ‘위닝샷’으로 팀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정현은 “드라마 같은 경기였다.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챔프전이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뒤 그물 커팅을 하고 있는 오세근. [뉴시스]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뒤 그물 커팅을 하고 있는 오세근. [뉴시스]

외국인 선수들도 힘을 보탰다. 외국인 단신 선수 키퍼 사익스(24·1m78cm)가 발목 부상으로 빠지면서 6차전에 급하게 합류한 마이클 테일러(31·1m86cm)는 화려한 개인기로 16점을 기록했다. 테일러는 6차전 1경기만 뛰는 조건으로 일당과 수당을 더해 2200달러(248만원)를 받는다. 여기에 우승 보너스까지 받게 됐다.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34·2m3cm)은 발목 통증을 이겨내면서 챔프전 평균 20.6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코트에 나서지 못한 사익스는 벤치에서 동료선수들을 응원했다.

김동광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선수들의 경험과 집중력이 어우러지면서 KGC인삼공사는 최근 몇년새 우승한 팀 중에 가장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공격과 수비 전력이 골고루 탄탄한 KGC인삼공사는 ‘KBL의 어벤저스’라는 말을 들으면서 올 시즌을 화려하게 마쳤다.

6강·4강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5경기를 치르고 9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정규리그 3위 삼성은 우승을 넘봤지만 KGC인삼공사의 벽을 넘진 못했다. 이상민 감독은 “감독을 맡고 가장 행복한 시즌을 보냈다. 후회는 없다. 다시 챔피언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안양 KGC인삼공사(4승2패)-서울 삼성(2승4패)
1차전 86-77 (KGC 승) 2차전 61-75 (삼성 승)
3차전 88-82 (KGC 승) 4차전 78-82 (삼성 승)
5차전 81-72 (KGC 승) 6차전 88-86 (KGC 승)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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