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정유라 단독지원은 문제.. 들러리 세우자 하니 최순실이 ‘꼴값떤다’ 질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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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에서 2일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0차 공판에서는 첫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으로는 삼성전자 승마단으로 활동했던 최준상(39) 선수와 노승일(41) K스포츠재단 부장이 출석했다.

삼성 재판 첫 증인신문 진행.. 최준상 승마 선수, 노승일 부장 출석

쟁점은 삼성이 독일 전지훈련 계획 단계에서부터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만을 위한 단독 지원을 염두에 두었는지였다. 삼성은 코어스포츠(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회사)와 계약을 맺고 승마 유망주 6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213억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그 중 77억여원을 제공했다. 하지만 실제 지원은 정씨만 받아 의혹을 샀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이 언론에 공개되자 다른 승마 선수들을 급하게 전지훈련을 보내려 했다"고 주장했고, 삼성 측 변호인들은 “공식 문건을 통해 파견 선수를 요청한 것이다"고 맞섰다.

오전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최 선수는 “삼성이 정유라에 대한 단독지원을 숨기기 위해 다른 선수들에게 훈련을 제안한 것이냐”는 특검 측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은 모든 선수를 지원하려고 계획했지만 최순실씨 반대로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노승일 K스포츠 부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노 부장은 최순실씨가 2015년 8월 독일에 세운 코어스포츠에서 재무 업무를 맡았다. 그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정상적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그에 따른 시설이나 트레이너를 구하려 했지만 최순실씨가 막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박 전 전무가 내게 ‘정유라 혼자만 지원받으면 문제가 커진다, 다른 선수를 들러리 세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최씨에게 보고하니 최씨가 ‘꼴값 떤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특검팀과 삼성 측은 진술조서 작성 방식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삼성 측 변호인은 “증인 최준상씨의 진술조서는 자필 작성이 아니라 특검이 타이핑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팀 측은 “타이핑해 주는 경우도 그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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