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지기' 박근혜·최순실, 23일 '뇌물 공범'으로 법정서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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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40년 지기였지만 이제 뇌물 수수 혐의의 공범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23일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서 마주한다.

서울중앙지법에서 2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592억원대 뇌물 수수 및 요구 혐의 등에 대한 첫 준비재판에서 재판부는 “16일에 한 차례 더 준비재판을 열고 23일에 첫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할 의무가 없는 이날 준비재판에 두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서, 두 사람은 첫 정식 재판에서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만나게 됐다.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준비재판에 앞서 최씨의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과 분리해서 재판을 진행해달라”는 최씨의 요청을 전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오랜 세월 존경하고 따르던 박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운 것에 대해 말 할 수 없는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며 “같이 재판을 받는 것은 살을 에는 고통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씨의 뇌물 수수 사건의 증인이 140여 명에 달하고, 박 전 대통령의 재판과 상당 부분 중복돼 함께 심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격 준비재판이 시작되자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반격에 나섰다. 12만 쪽이 넘는 기록을 다 파악하진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혐의를 부인한다는 취지다.

유영하 변호사는 “공소장엔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 직권남용 및 강요의 피해자로 대기업 총수들이 나열돼있다”며 “재단 출연금은 법인의 돈이었는데 피해자가 총수 개인인지 법인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부탁을 받아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에게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있다. 그런데 다른 쪽엔 최씨가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모 전 수석에게 요구했다는 내용이 있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사실을 명확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석명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향후 증거조사에서 밝힐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최씨의 변호인도 공소사실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뇌물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월드타워 면세점 사업권 재허가 등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하고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낸 혐의로 함께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도 “공소 사실이 실제 사실과 다르고 법리적으로 의문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 사건을 병합해 매주 월ㆍ화요일에 함께 심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주 1회 추가로 기일을 열고 서증조사도 함께 진행한다. 재판부는 “종국적으론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 수석의 직권남용 및 강요 사건도 병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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