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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모두를 포용해야 가치있는 미래, TED가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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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영선산업부 기자

전영선산업부 기자

‘미래의 당신’(The Future You)이라는 주제로 열린 2017 TED(24~28일)에선 미래에 대한 별의별 상상을 선보였다. 철학자이자 기술 윤리 전문가인 트리스탄 해리스는 “구글이 (검색 기능을 통해)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훔치고 페이스북과 스냅챗·유튜브·넷플릭스는 인간의 주목, 즉 시간을 빼앗기 위해 알고리즘을 더욱 조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술 유토피아·디스토피아 놓고 #강연장 밖에서도 열성적 대화 #냉소 아닌 진지한 염려 인상적

로봇 시대에 살아남는 투자 조언도 나왔다. 경제학자 로빈 핸슨은 “인간의 뇌를 복사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의 등장까지 앞으로 수십 년에서 100년이 남았다”며 “평범한 인간이 노동으로 얻을 소득이 없다는 의미”라고 전망했다. 핸슨은 “복사될 가치 있는 극소수의 뇌(인간)만 번성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자산 포트폴리오를 이에 맞게 짜고 사회적 관계도 우수한 뇌를 가진 개인 혹은 커뮤니티와 맺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자리에 대한 전망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오갔다. 기술이 일자리를 전부 혹은 대부분 없앨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구체적 사례가 제시되기도 했다. 잠비아에서 혈액 샘플을 드론으로 배달하는 사업으로 고용을 창출한 스타트업, 라이베리아에서 1달러짜리 말라리아 진단 키트와 스마트폰으로 사람을 구하는 직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다 기술의 진보 덕이라는 것이다.

TED 기간 중 수많은 미래에 대한 논의는 결국 하나의 행동 방침으로 수렴됐다. 밝건 어둡건 미래는 현재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만약 거대 정보통신(IT) 기업이 생각을 지배한다고 생각하면 비난에서 그치지 말고 이를 고치도록 시민사회가 움직여야 마땅하다. 결국 모든 것은 ‘당신(You)’에 달렸다.

이 때문에 어찌 보면 진정한 TED는 강연장 밖에서 이루어졌다. 로비나 휴게 공간엔 삼삼오오 모여 뭘 하면 좋을지에 대한 활발한 의견이 오갔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에서부터 몇 달 전 창업한 스타트업 대표 등이 뒤섞여 미래를 얘기하는 것이다.

강연장 밖 난상토론 중 세계에서 가장 진화된 로봇을 만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군사화 가능성 질문을 피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분명 올해 참석자 중 누군가는 분명히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하는 로봇의 용도를 명확히 하라는 청원을 할 것 같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교통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터널을 뚫겠다고 한 일런 머스크도 화제의 중심이었다. ‘지루하다’와 ‘뚫다’의 중의적 의미로 해석 가능한 ‘더 보링 컴퍼니’ 프로젝트가 실현 가능할지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오갔다. 이런 중에 “이 프로젝트가 전기차, 자율주행으로 공유차가 늘어 교통 정체를 없앤다는 미래 교통 계획과 배치된다”는 진지한 지적도 등장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하나.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 하나 없이 오갈 수 있는 건 참가자들의 냉소를 뺀 태도, 미래 세대를 위한 진지한 염려 덕이다. 연사들이 6~18분 동안 어떤 주제에 대해 말하건, 어떤 전망을 내놓건, 인류가 합심해 ‘좋은 세상’을 만들 의무가 있다는 전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올해 TED의 마지막 세션이 ‘미래의 우리’(The Future Us)였던 이유도 이 기본 전제를 따른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닷새 일정에서 나온 수많은 얘기 중 “인간이 만들어갈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미래는 우리 모두를 포용하는 미래”라고 한 ‘깜짝 손님’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TED를 결산하는 말로 꼽고 싶다. 2000여 명이 인류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행사장에서 틈틈이 한국의 대선 토론회 뉴스를 챙겨보고 있던 터라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전영선 산업부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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