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더 이상 봄이 기다려지지 않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 더 이상 봄이 기다려지지 않습니다
 -다음 대통령에게 건네는 작은 이야기, 그 세번째

무심하던 당신은 언젠가부터 날씨 기사를
챙겨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문득 놀랍니다

깨질 듯 맑은 하늘을 당연한 걸로 알았는데
이젠 오히려 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침이 나오고 눈이 따끔한 건 뭐 참습니다

하지만 내 어린 자녀가, 나이 든 부모님이
콜록거리는 걸 볼 때마다 흠칫 두려워집니다

안 그래도 각박한 세상
당신은 더 예민해졌습니다

중국이 공장을 동쪽으로 옮긴다는 소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이런 환경을 어떻게 할지는 일언반구 없이
저출산이니 아이를 낳으라는 정부

우리 허용치 기준이 WHO의 2배라는 사실을
애써 감추고 미세먼지가 보통이라는 기상청

중금속 분석을 통해 미세먼지 87%가
중국발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한없이 뿌연 날 미세먼지의 80%가
해외에서 날아왔다는 사실도 다 알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도 없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소름끼치는 구름이 온 나라를 까맣게 뒤덮었고
신록을 더럽히고 독을 섞으며 낮게 떠돌고 있다”
-『블랑』, 헨리크 입센

150년 전 노르웨이 작가가 쓴 글입니다

영국 스모그로 인한 북유럽 산성비 문제가
해결된 건 100년이 지나서였습니다

호수가 죽음의 물로 변하고
나무가 벌겋게 말라가자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죠

당장 어떻게 해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가만히 있지만은 말아 달라는 겁니다

물과 땅과 공기가 황폐해지고
아이들이 폐병으로 쓰러지고 나서야
움직일 건가요

<이 이야기들을 건네는 이유>

강아지의 생명이 그렇게 소중합니까. 남의 자식의 비극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런데 왜 우리는 멀쩡한 강아지에게 불 붙인 사람, 다리 잃은 아들에게 800만원 준 군대에 그리 분개하는 걸까요.
모두 따스한 심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생명의 아픔이, 남의 고통이 내 것 같기만 하니까요. 우리는 권력의 부정부패에도 분노하지만, 일상 속 사건들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일자리·안보·저출산같은 큰 이슈만큼 작은 것에 주목하는 까닭입니다. 작지만 사람들이 공감하고 가슴 아파하는 것, 바로 여기에 ‘좋은 정책’의 해답이 있는 게 아닐까요. 다음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에 공감하는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10개의 ‘작은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r
디자인: 배석영 인턴 bae.seok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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