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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8바늘 꿰매고 20득점, 오세근 부상 투혼 KGC를 일으키다

중앙일보

입력

오세근. 박종근 기자

오세근. 박종근 기자

그야말로 부상투혼이다.

프로농구 안양KGC 인삼공사 오세근(30·2m)은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4차전이 끝나고 왼손을 8바늘이나 꿰맸다. 28일 열린 4차전 1쿼터 도중 삼성 문태영의 옷에 손가락이 걸리면서 약지와 중지 사이부분이 찢어진 것이다.

오세근은 경기를 마친 뒤 바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우승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쉴 순 없었다. 오세근은 테이핑을 하고 30일 5차전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부상 부위가 슛을 던지는 오른손이 아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는 "지금도 (수술 부위가) 계속 아프다. 수술을 받고 난 뒤라 4차전 때보다 더 아프긴 하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당한 부상에 비하면 세발의 피"라고 했다.

안양=김원 기자

안양=김원 기자

오세근은 부상을 딛고 일어선 오뚝이다. 프로데뷔 이후 성한 몸으로 한 시즌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 2년차 때인 2012년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 힘줄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다. 결국 2012~13시즌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2014년엔 왼쪽 발목 복숭아뼈 골절을 당했다. 2015~16시즌 직후엔 왼쪽 무릎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오세근은 늘 선수 생명을 걸린 큰 부상을 딛고 일어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오세근은 2승2패로 맞선 30일 5차전에서 20점·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KGC는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KGC는 키퍼 사익스(24·178㎝)가 1차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외국인 선수가 데이비드 사이먼(35·2m3㎝) 한 명 밖에 없어 불리했다. 그러나 오세근은 외국인 선수 역할을 대신해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그는 "시리즈를 빨리 끝내고 쉬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했다. 오세근은 왼손 부상 이외에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경기에선 삼성 외국인 선수 마이클 크레익을 수비하다 가슴팍을 크게 부딪혔다.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오세근은 가슴팍 부위를 만지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사실 전에 로드 벤슨에게 부딪혀 가슴 쪽에 금이 간 상태다.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뛸 때는 통증이 있다. 정확한 상태는 자고 일어나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우승까지 단 1승만 남았다. 오세근은 "솔직히 4차전에서 승리해 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었다"며 "6차전에 끝낼 수 있을지 확신은 못하겠지만 컨디션이 나쁘지 않고 사이먼이랑 호흡도 잘 맞고 있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웃었다.

안양=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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