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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숨은 코드읽기]막판 '통합정부론','공동정부론' 판세에 변수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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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정부론','공동정부론'이 대통령 선거전의 막바지 변수로 부상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통합정부추진위(위원장 박영선ㆍ변재일)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개혁공동정부준비위(위원장 김종인)를 나란히 가동하면서다.
문ㆍ안 두 후보측이 금주중 쉐도우 캐비닛(예비내각) 명단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자신이 집권하면 꾸리게 될 내각의 면면을 미리 공개해 유권자들에게 선택과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경우 자신들이 지향하는 정부의 청사진은 이미 공개했다. 문 후보의 통합정부론이 정의와 국민통합 구현을 위한 '탕평 인사'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안 후보의 개혁공동정부론은 사실상의 ‘연립정부(연정)’다.

문 후보는 통합정부 구상과 관련, “우리가 정의를 제대로 실현할 때 진정한 통합이 가능하다. 정의와 통합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통합은 정치세력간 연정이 아니라 국민들이 통합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통합정부추진위원장도 “통합정부의 인적 구성은 지역ㆍ노사ㆍ세대ㆍ계층 갈등 해소를 통한 국가통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총리와 내각에 대해 "합리적인 진보와 개혁적인 보수라면 (캠프에) 함께 해왔던 분이든 아니든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드림팀을 구성할 것”이라며 “영남이 아닌 분을 초대 총리로 모시겠다”고 했다.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보수·중도층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전략이 문 후보의 통합정부론에 담겨있다면, 안 후보의 개혁공동정부는 '연정 카드로 비 문재인 연대의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정치적 승부수의 성격이 강하다.

안 후보는 개혁공동정부 로드맵을 발표하며 "탄핵 반대 세력과 계파패권주의 세력을 제외한 모든 합리적 개혁세력과 힘을 합쳐 나라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선거 전 연대에 소극적인 대신 '집권 후 공동정부(연정) 카드'를 강조함으로써 선거때부터 사실상의 비 문재인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게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공동정부론을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안 후보측의 약속엔 일부 허점도 지적된다.
안 후보는 국무총리에 대해 "만약 원내교섭단체가 합의해 (총리 후보자를) 추천한다면 따르겠다"며 총리 국회 추천제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가 공을 들여 영입한 김종인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은 “(안 후보의) 공동정부 구성에 관한 인선 권한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며 내각 구성에 있어서 전권을 행사할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에 총리 추천을 맡기겠다는 안 후보와 자신이 내각 구성의 전권을 행사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입장이 서로 모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번엔 대통령의 직무가 곧바로 개시되기 때문에 교섭단체가 합의할때까지 총리 인선을 기다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먼저 추천안을 발표하고 국회 동의절차를 받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만큼 적극적이진 않지만 다른 후보들도 자신이 꾸릴 정부의 모습을 미리 공개했다.
 자유한국당 홍 후보는 “국무총리는 충청인사 1명과 영남인사 1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내각에 대해선 “경제부총리는 당내 인사,박정이 선거대책위원장(예비역 대장)을 국방부장관에 임명하고, 법무부장관은 정치색없는 강력부 검사 출신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내각은 어느 정권 출신 인사인지 따지지 않고 능력과 깨끗함, 뜻이 맞는 지만 고려해 등용하겠다”고 했다. 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또 광범위한 시민사회와의 연정'을 공약했다.

막바지에 경쟁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통합·공동 정부론과 예비내각 명단 발표가 현재의 판세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2012년엔 박근혜ㆍ문재인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변수가 되지 못했듯 안 후보의 ‘공동정부론'과 문 후보의 '통합정부'의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 후보의 공동정부론은  '국민의당 40석으로 국정수행이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희석하는 수준의 파괴력만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차기 정부구성과 예비내각 공개 자체가 선거전략으로서의 갖는 의미는 크지 않다"면서도 "유권자들에게 후보뿐만 아니라 그 후보가 꾸릴 내각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는 있을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당선 직후 국정운영을 하는데도 도움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부의 박원호 교수는 “선거용 연대가 아니라 집권 후 공동정부(연정)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현재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 국회 선진화법의 3분의 2 조항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효식ㆍ박성훈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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