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밭갈이 바쁜 1노 3김 유세현장시장 둘러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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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노3김의 네 대통령후보들은 19일에도 유세를 계속했다. 초반전이라 비교적 중소도시를 파고드는 유세에서는 서로의 발언을 반박·재반박하는 말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노태우민정당후보는 『남침위협이 없다』는 김영삼민주당후보의 18일 금촌발언을 『철부지 같은 발언』이라고 공격했고, 김대중평민당후보는 『야당이 집권하면 혼란이 온다』는 노민정당후보의 18일 춘천발언을 『자가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민정>
민정당 노태우후보는 19일 지방에 가지 않는 대신 새벽6시30분 서울가락동시장을 방문, 즉석 연설.
노후보는 1시간동안 야채시장, 수산물·청과물시장을 차례로 둘러보면서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
노후보는 『장사 좀 잘되게 해달라』 『장소를 좀더 얻게 해달라』는 영세상인들의 부탁을 받고 일일이 손을 잡으면서 『손으로 고통을 전달받는다.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하면서 수행한 관계자들에게 적극 검토를 지시.
노후보는 『장사 갈 되게 해주시면 백번 천번이라도 표를 찍겠다』는 한 상인의 얘기를 듣고 『여러분의 고통을 눈과 가슴으로 확인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라고 강조.
점퍼차림의 노후보는 『꼭 대통령이 되십시오』 『안정이 필요합니다』라는 상인들의 답례를 듣고는 밝은 표정으로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무우·당근·낙지·새우등을 직접 사고 웃돈을 약간 얹어 값을 치렀는데 일부상인들은 『노태우』를 연호하며 박수로 환영.
노후보는 시장을 둘러본 뒤 2백여 상인 앞에서 5분간의 즉석연설을 통해 『여러분의 거친 손이 부드럽게 될 수 있도록 신명을 바치겠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이 필요하며 그것이 깨지면 제일 피해를 보는 것은 여러분』이라고 지지를 호소.

<민주>
민주당의 김영삼후보는 19일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 중앙극장 앞에서 봉고트럭을 개조해만든 임시연단에서 10여분간 연설한 것을 시발로 남양주군·가평군 일대에서 5차례 유세.
김후보는 이외에도 청평터미널·마석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택해 간이연설을 하는 등 저인망식으로 표밭갈이.
이날 시장 등 김후보가 내리는 곳마다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얼굴 한번 보자』 『손 한번 만져보자』며 김후보를 에워쌌는데 상당수가 여성들이어서 이들 계층에 대한 김후보 인기의 일면을 노정.
김후보는 남양주군 미금읍 홍유능에서 열린 유세에서 『저소득층의 문제는 그들의 탓이라기보다 그 동안 외형위주와 성장정책에 기인한 농어촌의 황폐화 때문』이라며 『집권하면 단순한 구호의 차원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자활능력을 회복, 경제적·문화적 영역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해주겠다』고 다짐.
김후보는 노태우총재를 겨냥,『그 동안 우리 국민을 그토록 탄압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언제 괴롭혔느냐」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고 꼬집은 후 『일선을 지키게 돼있는 전방사단을 빼낸 사람이 보통사람이냐』며 반문하자 청중들은 『아닙니다』라며 응답.
구리시 중앙극장 앞에서 유세를 마친 김후보는 자신이 대학재학 때 기거했던 하숙집 (서울 신설동) 주인의 조카딸인 서점례씨(58)를 연단근처에서 만나 얼굴을 금방 알아보고는 반가움을 표시.
서씨는 『그 동안 하느님에게 김총재를 꼭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는데 김후보는 연신 『반갑다』며 밝은 표정. <구리=안희창기자>

<평민>
군산에서 1박한 뒤 19일 김제·정읍·진안·장수 등 전북지역 유세에 들어간 평민당의 김대중후보는 이날 상오10시30분쯤 김제읍에 도착, 「지역감정타파」를 주장하면서 『이 김대중을 같은 고향사람이라는 이유로 지지한다면 여러분도 그만 두는 게 좋고 나도 고맙지 않다』면서 『민주당의 김영삼, 공화당의 김종필총재가 이 고장 유세에 오거든 깍듯이 잘 대접해달라』고 당부.
이 날 유세장엔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군중이 몰려 함성과 박수를 보내는 등 열띈 호응을 보였다.
김후보는 『공명선거여부가 이번 선거의 관건』이라고 전제,『부정만 막으면 노태우씨는 3등 아니면 4등을 하고 김대중과 김영삼이 1,2등을 하는데 이때 2등한 사람은 제1야당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나는 1등을 확신하고 있다』고 장담. 김후보는 또 민주당의 외부인사영입을 겨냥해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원치 않는다』고 비판.
또 2만명의 인파가 모인 정주 정읍농고앞 광장에는 「녹두장군의 후예 호남의 영웅 김대중」이란 플래카드가 내 걸리고 광장주변에 몰린 테이프 판매상들은 물론 잡상인들이 포진해 마치 큰 장날 같은 분위기.
이날 전북지역 유세는 많은 인파와 열기로 예정에 없던 카퍼레이드를 벌인데다 길이 막혀 2시간 이상씩 늦어졌다.
김대중후보는 19일 상오 김제·정읍 등 전북지방의 유세에 앞서 군산관광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태우민정당후보가 집권하면 진정한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고 공격.
김후보는 『노후보가 집권하면 군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고 광주사태의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안정이 불가능한 것』이라며『12·12당시 노후보가 현역에 있으면서 군의 명령체계를 파괴하고 직속상관을 공격, 체포 했는데 현역군인들이 노후보처럼 어떤 일을 저질러놓고 애국일념에서 했다고 하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
김후보는 『앞으로의 정국안정은 과거와 같은 물리적 억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요구를 설득·조정·협의해 나가는 가운데서 이루는 민주적 안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
김후보는 민정당측에서 야당이 집권하면 분열과 혼란이 초래된다고 지적한데대해 『이는 야당이 승리해도 정권을 내놓겠다고 말해온 전두환대통령과 노후보의 종래 발언과도 모순된다』고 비판. <김제=고도원기자>

<공화>
김종필공화당후보는 19일 충남서산지구당 (위원강 송영진) 및 경기평택지구당 (위원장 김태경), 용인지구당 (위원장 박창희) 창당대회겸 선거유세에서『현정권은 지난 7년간 농촌을 빚더미에 올려놓는 등 피폐화시켰다』며 농정실패를 신랄히 비판.
김후보는 특히 자기 목장이 있던 서산군 서산읍 현대예식강 앞 광장에서 가진 유세에서 『서산은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라며 『내가 20년 전 이곳 버려진 땅에 초지를 조성해 농장을 만들 때를 생각하니 감개무량하다』고 피력.
김후보는 『어떻게 했길래 소값이 개값으로 떨어졌고 돼지파동으로 농민들이 한숨을 쉬어야하느냐』고 개탄한 후 『농촌잘살기운동으로 시작됐던 새마을운동이 80년대에 들어와 먹고 마시고 공이나 차는 놀자판, 먹자판으로 전락했다』며 『김치·깍두기 품평회나 열고 토산품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 새마을운동이냐』고 신랄히 공격.
김후보는 『부하대본인 농촌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국가지도자가 될 수 없다』며 『농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현정권에 종지부를 찍어야 될 것』이라고 강조.
이날 유세장에는 인근 당진·해미읍지역에서까지 김후보의 연설을 듣기 위해 청중들이 몰려들었다.
등장한 피킷중에는 「버러지충자 충청도가 되지 말자」는 지방색 짙은 내용의 피킷도.
이날 유세가 끝난뒤 김후보일행은 유세장에서 지구당사무실까지 1km에서 카 퍼레이드.

<평택=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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