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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찾아간 시진핑 비서실장 “중·러, 세계서 유일무이한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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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리잔수(栗戰書·사진)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만나 면담했다. 리 주임은 5월 중순으로 예정된 푸틴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모스크바를 찾아가 일정과 의전 등을 최종 조율하고, 시 주석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 전에고위 관료를 보내 사전 조율 작업을 하는 것은 외교 관행에 속한다.

리잔수 중앙판공청주임 #중·러 정상회담 조율 위해 #외교라인 제치고 직접 방러

하지만 리 주임의 방문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적으로 이런 일을 담당하는 양제츠(陽洁篪) 외교담당 국무위원이나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 외교 채널을 제쳐놓고 리 주임이 직접 외교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리 주임은 20대 시절부터 시 주석과 친분을 쌓은 측근 중의 측근이다. 그는 시 주석의 해외 순방에 빠짐없이 동행한다. 하지만 그가 단장이 돼 수행원을 이끌고 해외 방문을 나서는 일은 없다. 유일한 예외가 러시아와의 외교활동이다.

그는 2014년 3월에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을 면담하고 그 해 5월로 예정된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조율한 적이 있다. 그의 활동은 당시에도 베이징 외교가에서 파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리 주임을 대러 외교의 최일선에 내세운 것은 시 주석이 그만큼 중·러 관계를 중시하고 특수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리 주임은 26일 푸틴 대통령을 만나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러시아 대통령궁 판공청 사이의 협력 시스템은 두 나라의 대외 관계에서 모두 ‘유일무이’한 것”이라며 "양국 관계의 특수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러 양국이 공식 외교 채널을 뛰어넘는 수준의 소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과 리 주임은 5월 정상회담 일정 이외에 국제 정세 등을 논의했다고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최근의 한반도 정세와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유럽에서의 미국 미사일방어(MD) 구축과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에 보조를 맞추며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리 주임의 러시아 방문 기간에는 양국 군 고위층이 참석한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가 열렸고, 양국은 사드 반대 입장을 공동으로 천명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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