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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스포츠토토 업자가 챙긴 판돈도 부과세 부과 대상"

중앙일보

입력

불법 인터넷 도박장을 운영해 얻은 수익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도박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아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법리를 보완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설 인터넷도박장 개설업자 임모(3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임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임씨는 지난 2008년 10월 스포츠토토의 공식 인터넷 사이트인 ‘베트맨’을 모방한 사설 도박 사이트를 개설했다. 경기 결과를 맞추면 배당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사설 복권이다. 약 1년 6개월 동안 사이트를 운영하던 임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외국으로 도피했다가 자진 귀국했다.

불법 인터넷 스포츠도박사이트에서 베팅하는 모습. [중앙포토]

불법 인터넷 스포츠도박사이트에서 베팅하는 모습. [중앙포토]

범죄수익 10억원이 몰수됐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검찰은 임씨가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았다며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임씨가 내지 않은 세금은 21억원에 달했다.

1심 법원은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과 벌금 12억5000만원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서 징역 1년과 벌금 4억8000만원으로 다소 형량이 낮아졌다. 임씨는 기소 직전에 밀린 부가세를 스스로 납부했고, 도박행위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아 부가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임씨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도박에 참여한 사람과 도박사업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도박 사업을 하는 경우 고객이 지급한 돈이 단순히 도박에 건 판돈이 아니라 사업자가 제공하는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면 부가세 과세 대상이라고 본 것이다. 임씨의 경우 사이트를 통해 고객들에게 스포츠토토와 유사한 체육진흥투표권(일종의 복권)을 발행해 판매하고, 판매대금 중 일부로 당첨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부가세 과세 대상인 운 재화와 용역을 창출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직접 재물을 걸고 도박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구매자들에게 당첨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은 것”이라며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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