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변호사들 ‘법률 IT’ 창업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법률가도 유망한 직업은 아닌 듯하다.

채팅 활용한 법률상담 진출 활발 #야근 수당 분쟁도 IT자료로 해결

일본에서 변호사가 법률가로서의 본업보다는 정보기술(IT) 창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법정 변론보다는 법률 관련 IT서비스 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변호사의 플랫폼 사업 진출이 우선 눈에 띈다. 카카오톡·라인처럼 법률 상담을 해주는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변호사 토크’라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교통사고와 부동산·노동·이혼·지적재산권·형사 등 일반인이 많이 찾는 18개 분야의 전문 변호사와 의뢰인을 이어주고 있다. 현재 분야당 6명꼴인 109명의 변호사가 등록돼 있다.

이 회사 대표인 오오모토 야스시는 “법률 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상담하는 일은 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앱 등 온라인 환경에서 간편하게 질문을 주고받음으로써 변호사 수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사회문제가 된 일손 부족으로 인한 만성 야근과 수당 미지급 문제도 IT에 기반을 둔 법률적 해법이 나왔다. ‘일본 리갈(regal) 네트워크’라는 회사가 만든 ‘잔업 증거 기록기’ 앱은 GPS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앱으로 근로자가 현재 머무는 장소와 근로시간, 잔업수당 등을 계산한다. 이 앱의 기록을 법정 증거물로 인정받기 위해 노동자의 동선을 서버에 저장한다. 노동자가 인위적으로 이력을 고칠 수 없도록 한 조치다.

사법시험 수험생을 위한 ‘자격 스퀘어’란 교육 서비스도 등장했다. ‘사이트 비지트’라는 회사가 만든 이 앱은 100명 이상의 사법시험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공부법을 조사, 분석해 수험생별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알려준다. 현재 이 서비스의 유료 회원 수는 2만7000명에 달하며, 매년 10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문은 “변호사들이 현재의 비즈니스에 푹 빠져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단언할 정도로 창업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