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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생, 숙명여대서 '성추행 현행범' 체포…사과문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오후 9시 30분쯤 동국대학교 학생이 숙명여대 건물 안에서 성추행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가해 학생이 소속된 학과 학생회에서는 사과에 나섰지만 사과문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사건이 처음 알려진 것은 사건 당일인 21일 오후 11시 28분쯤 페이스북 페이지 '동국대학교 대나무숲'에 "동국대 특정 학과 점퍼를 입고 있던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다. 2시간여 후 올라온 목격담에 따르면 "가해자가 여학생의 어깨를 강제로 끌어안았고 반항하자 발길질을 했다"면서 "건물 안에 있던 학생들과 경비원의 발빠른 대처로 도주 중 붙잡혀 곧이어 출동한 경찰에게 연행됐다"고 한다.

22일 '동국대학교 대나무숲'에 "숙명여대 캠퍼스 안에서 동국대학교 점퍼를 입은 학생이 성추행을 벌였다"고 올라온 글. [페이스북 캡쳐]

22일 '동국대학교 대나무숲'에 "숙명여대 캠퍼스 안에서 동국대학교 점퍼를 입은 학생이 성추행을 벌였다"고 올라온 글. [페이스북 캡쳐]

이에 해당 학과 학생회에서 즉각 사과문을 올려 대처했지만 내용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22일 새벽 '숙명여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학생회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과문에 따르면 가해자는 오후 6시 충무로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오후 8시 41분쯤 집으로 간다며 나섰다. 이후 지인이게 "경찰서에 있다"고 연락이 온 것은 오후 9시 41분으로 부모가 경찰서에 찾아와 2시간여 뒤에 귀가했다.

학생회에서는 당일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자초지종을 알아보려 했지만 "(가해 학생이) 술을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물어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다음날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술에 취한 상태라서 정확한 행동에 대해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해 학생이 소속된 학과 학생회에서 22일 올린 사과문. [사진=페이스북 캡쳐]

가해 학생이 소속된 학과 학생회에서 22일 올린 사과문. [사진=페이스북 캡쳐]

또 "CCTV를 확인한 결과 영상에는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은 맞으나 이에 대해서는 경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고, 발길질을 한 행위 또한 불분명한 상태"라면서 "더 이상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숙명여대 학우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며 동국대 명예를 실추시킨 점도 사죄드린다"면서 "가해학우도 깊은 반성을 하고 있고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에는 5시간만에 400여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성추행이 아니라 신체접촉이라고 적은 이유가 무엇이냐""이게 경찰 진술서지 사과문이냐""학과 차원에서 가해자를 옹호해주느냐"는 내용이다. 한 학생은 "지하철 숙대입구역 출구는 10개인데 그 중 학교로 향하는 10번 출구로 나와서 도보 10분거리의 캠퍼스에 가 좁은 틈새에 있는 과학관 안,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 성추행을 했다"면서 "저렇게 똑부러지게 찾아올 정도로 고의성이 짙은데 어떻게 기억이 안 난다고 할 수 있느냐"고 썼다. 숙명여대에서는 동국대 해당 학생회 측에 공개 사과와 수정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진행했고 1200여명이 참여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해당 학생회에서는 '숙명여대에서 있었던 일'을 '성추행 사건'으로 고친 두 번째 사과문을 올렸다. 학생회는 "가해 학우를 두둔하거나 옹호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고 음주 여부에 관계없이 해서는 안 되는 잘못을 저질렀음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면서 "미흡한 점을 보여 공분을 일으킨 점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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