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now] 한국산 소주로 만든 '진로 초콜릿'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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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14일)를 앞두고 일본의 백화점 매장에 난데없이 한국 소주가 든 초콜릿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참이슬 초콜릿' '진로 초콜릿'(사진).

남성들이 단 초콜릿을 즐기지 않는 데다 일본 사회 전반에 한류 붐이 폭발적으로 일고 있는 데 착안해 상품화한 것이다. 세이부(西武)백화점과 소고백화점을 운영하는 밀레니엄 리테일링그룹이 진로재팬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지난해 밸런타인데이 때 등장했던 '욘사마 초콜릿'에 이은 한류 초콜릿 제 2탄이다. 입속에 쏙 들어갈 크기의 초콜릿 3개들이가 525엔(약 4500원)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한국의 인기배우 장동건이 출연 중인 진로광고가 일 남성들에게 큰 인기가 있는 데다 남성들은 양이 그다지 많지 않고 술이 들어간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데 착안했다"며 "올해 밸런타인데이의 최고인기 신상품으로 폭넓은 연령대의 여성 고객이 사가고 있다"고 말했다.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선물 풍속의 원조 격인 일본에선 업체들의 상혼이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업체마다 여성 고객의 필요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업계가 분류하는 용도는 대략 세 가지다.

첫째는 '기리(義理) 초콜릿'. 직장 상사나 동료 등 '안 주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선물하려고 준비하는 것이다. '사랑' 을 담아 보낼 순 없지만 '의리'는 지킨다는 것이다. 대부분 300엔 내외의 저가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일본 20~30대 여성의 80%가 '의리 초콜릿'을 전하며 1인당 평균 5.4개를 건넨다고 한다. 둘째는 '만네리 초콜릿'.'매너리즘(mannerism)'에서 유래한 낱말로 마지못해 교제하고 있는 남성에게 근성으로 주는 초콜릿이다. 대략 1000엔대 상품이다. 또 하나는 '혼메이(本命.진심) 초콜릿'.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애인용이다. 일 여성들이 '혼메이 초콜릿'에 쓰는 비용은 평균 3235엔. 많은 업체도 '돈이 되는' 이 부문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인다. 예컨대 미쓰코시(三越)백화점 본점의 경우 고급 포도주 '로마네 콩티'를 넣은 초콜릿을 선보였는데 1개에 3150엔의 고가임에도 8일 전량 매진됐다. 고급 포도주를 넣은 다른 초콜릿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밸런타인데이 선물용으로 하트 모양의 어묵까지 등장했다. 반찬거리도 확보할 겸 남편에게 선물도 할 겸 중년 주부들이 주로 사간다고 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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