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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고개 드는 지역감정 선동 … 국민 열망 배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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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망국적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움직임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선거는 과거와 달리 어떤 후보가 특정 지역에서 몰표를 받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통령 탄핵·파면으로 보수 대 진보 구도가 사라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정치학은 지리학’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한국 정치의 고질이었던 지역색이 옅어져 고무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선 후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개시되자마자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들이 경쟁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선거운동 첫날인 17일 더불어민주당의 대구 유세에서 조응천 의원은 “국민의당 지역구 26석 중 23석이 전라도다. 저기(국민의당)가 전라도당이지 왜 우리가 전라도당이냐”고 외쳤다. 국민의당도 다르지 않다. 박지원 대표도 이날 전주 유세에서 “문재인은 전북 인사를 차별했다. 문재인은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김대중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역시 같은 날 대구 유세에서 “TK(대구·경북)는 우리 보수우파의 상징이다. 선거에서 지면 낙동강에 빠져 죽겠다”며 지역 민심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이래서는 안 된다. 특히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을 바꾸자”는 국민의 민주적 열망으로 만든 조기대선 아닌가. 대선후보들이 지역주의 청산에 앞장서야 할 마당에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국민분열을 초래하는 망국적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다. 더욱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보·경제 위기 속에서 다음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 없이 국정동력을 확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어떤 정당과 후보들도 지역감정에 의존해 표를 얻으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되며, 다른 지역 유권자들을 적대 세력으로 돌려놓는 순간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자초하게 된다. 유권자들 역시 근거도 없이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정치인들의 ‘독수(毒手)’에 또다시 속지 말고 두 눈을 부릅뜨고 후보의 자질과 능력, 인품을 판단해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