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에 있는 이스타포트는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여객서비스 부문 자회사다. 직원 250명 정도의 중소기업이다. 대다수의 직원은 김포·청주 등 여러 공항에서 탑승 수속과 발권 등의 업무를 한다.
항공 여객서비스 회사 이스타포트 #비정규직 비율 60 → 30%대 낮춰 #명절휴가비 등 복지도 동일하게
임한별(26)씨는 2015년 11월 이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원래 이스타포트의 규정은 인턴 6개월, 계약직 1년 후 정규직 전환이었다. 그러나 임씨는 예정보다 빠른 2016년 9월 정규직이 됐다. 회사의 방침이 ‘인턴 후 즉시 정규직 전환’으로 바뀌면서다.
이스타포트는 2016년 7월 노사발전재단의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컨설팅을 받고 60% 이상이던 비정규직 비율을 30%대로 낮췄다.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인건비는 고용노동부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을 활용했다.
임씨는 “임금은 물론 무료 항공권 등 복지 면에서 계약직과 정규직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장영선 관리부장은 “ 신분 때문에 같은 일을 하면서도 벽이 생긴다는 지적이 많아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했다” 고 말했다.
컨설팅 이후 이스타포트는 명절 휴가비도 동일한 금액(2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기존엔 정규직 20만원, 계약직 10만원, 인턴 5만원 등으로 차등 지급했다. 이스타포트의 선택이 주목받는 건 항공·여행업계가 워낙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정규직과의 격차가 크기로 유명해서다. ‘공항에서 눈에 띄는 사람의 99%는 비정규직’이란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인턴 6개월 후 곧바로 정규직으로 채용된 김지연(27)씨는 “대형 항공사의 비정규직 보다 내 임금과 복지 수준이 더 낫다”고 말했다.
회사도 득을 봤다. 근로자의 소속감과 생산성이 높아진 덕분에 2년 전보다 매출액이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사소한 건 때로 사소하지 않다. 월급 1만~2만원, 밥값 1000~2000원도 경우에 따라선 근로자의 가슴을 후벼파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한국 노동시장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각종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는 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소한 차별이라도 없애라”고 조언한다.
기업들은 2010년 설립한 노사발전재단 ‘차별 없는 일터지원단’을 활용할 만하다. 지원단은 기업의 고용차별 여부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 준다. 농협중앙회는 컨설팅을 받은 후 지역 농·축협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1만8000여 명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식대와 교통비를 지급하도록 바꿨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정규직에게만 지급하던 위험수당(월 4만원)을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주기로 했다.
특별취재팀=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장원석 기자, 이영민(이화여대 언론정보학4) 인턴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