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정] 친구·자매가 생리하면 덩달아 나도 한다고?

중앙일보

입력

4월 17일 '쓸데없는 정보'입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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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시험을 앞두고 있으면 생리 중인 친구를 피하곤 했습니다. 집에서는 여동생이 생리하는데 잇따라 하게 되면 "너 때문이다"라고 탓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생리 주기가 옮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관련 질문이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에 올라와있다. [사진 네이버 검색 결과 캡처]

관련 질문이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에 올라와있다. [사진 네이버 검색 결과 캡처]

이런 속설을 믿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닌 듯합니다. 온라인상에서는 '생리가 가까이 지내는 자매·친구 등에게 옮는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생리 동기화설'이 퍼져 있는 상태입니다. 많은 이들이 '생리가 옮을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최근 이를 부정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성이 느끼는 생리 동기화설은 실제 현상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친한 친구(자매·룸메이트 등 포함)끼리 생리 주기가 정말로 비슷해지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3개월 동안 총 360쌍을 상대로 생리 주기를 기록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 76%(273쌍)는 실험 후반으로 갈수록 생리 주기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이 중 100쌍은 함께 사는 등 물리적인 거리가 매우 가까웠음에도 생리 주기가 같아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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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주기가 옮을 수 있다는 여성들의 믿음은 꽤 오래된 듯합니다. 1999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여성 80%는 이 현상을 믿으며, 70%는 그것을 즐겼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가디언은 생리에 관한 연구가 1971년 시작되기까지 과학계에서 오랫동안 간과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생리 동기화설'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요? 이는 1970년대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비롯됐습니다. 이 논문에서 심리학자 마사 맥클린톡(Martha McClintock)은 같은 기숙사에 살고있는 여대생 135명을 추적한 결과 "동시성에 대한 증거가 매우 강했다"며 "인간의 경우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대인관계적 과정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 논문은 특정 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인 페로몬이 한 여성이 다른 여성으로 이동하며 생리 주기가 동일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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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생리가 옮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조금은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이 믿음을 떨치지 못하는 여성도 있겠지요,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생리 동기화설'을 통해 여성끼리 특별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우리가 생리를 비슷하게 한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여성들에게 유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전문가는 생리라는 개인적인 것을 누군가와 나누는 과정에서 '동기화설'에 대한 생각이 강력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쓸데없는 정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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