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전 원인 아직 '깜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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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의 정전사태를 빚은 원인은 무엇일까. 국토안보부는 9.11 사태의 악몽에 떠는 시민들을 의식해 테러 때문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말할 만한 징후는 없다고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맨 처음 캐나다 당국은 나이애가라 폭포 미국 쪽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낙뢰로 화재가 발생, 정전사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욕 전력당국은 "나이애가라 발전소는 정전 이후에도 정상 가동되는 등 낙뢰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캐나다 정부가 제기한 낙뢰.화재 원인설을 일축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일시적인 과부하에 따른 발전소의 중단과 연쇄반응이다. 일반적으로 송전체계는 발전소의 한계를 웃도는 수요가 발생하면 지역전체의 전압이 낮아지면서 자동적으로 송전이 중단되도록 돼있다. 따라서 한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면 남은 발전소에 수요가 집중돼 연쇄반응으로 넓은 지역에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77년 7월 발생한 뉴욕의 대정전사태가 바로 좋은 예다. 그러나 77년 이후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할 보호장치가 만들어졌음에도 이번에 그 장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 전력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미국의 전력수요는 30%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 새 전력공급망은 15%밖에 확장되지 않았다. 빌 리처드슨 전 에너지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노후한 송.배전선에 걸린 과부하를 정전의 원인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이날 캐나다 토론토의 최고기온은 30도, 뉴욕은 33도로 특별히 전력수요가 급증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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