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돌아다니며 "임신했냐" 물으며 막말하는 남성

중앙일보

입력

한 중년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여성에게 훈계 아닌 훈계로 주변 사람들의 불편함을 초래했다.

지난 13일 한 시민이 온라인 미디어에 4호선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여성에게 막말하는 남성의 영상을 제보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당시 삼각지역을 지나던 4호선에서 한 중년남성이 임산부석에 앉은 젊은 여성에게 언성을 높이며 막말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영상 속 남성은 여성에게 "싸가지가 없다. X 팔린 건 잠깐이고 다음부터 안 앉으면 된다"라고 말하며 다그쳤다.

여성이 가만히 있자 남성은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냐. 알아듣게 얘기하면 벌떡 일어나서 '미안합니다' 하고 가면 되는 거지"라며 말을 이어갔다.

미동도 하지 않는 여성에 화가 난 남성은 "이거 일을 크게 만드네. 너 낯가죽이 그렇게 두껍냐"는 등 발언 수위를 높였고, 보다 못한 옆자리 남성과 중년 여성이 "아저씨 앉아계시는 분한테 왜 그러세요"라며 여성을 두둔했다.

하지만 남성은 "이 양반이 모르면 제대로 알고 얘기를 해. 지금 혼내는 거야"라며 "임신부 앉는 자리라 앉으면 안된단 말이야. 비워놔야 한단 말이야. 그거 잘못됐어?"라며 언성을 높였다.

유튜브 '인사이트'

유튜브 '인사이트'

그는 자신에게 제재를 가하던 중년 여성에게 "아줌마 딸이 임신했는데 앉겠냐고. 특히 여성분들이 그러면 안되는 거지"라며 쐐기를 박았다.

결국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호통치던 남성은 주변에서 그만하라고 성토하자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남성은 지하철 칸을 옮겨 다니며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는 여성들에게 임신했냐고 묻고 일어나지 않으면 막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영상이 공개되자 네티즌은 "남성이 무례하다" "진짜 임산부였으면 어쩔뻔 했냐" 등 여성의 편을 드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남성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임산부 아닌 일반인들이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많이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산부 배려석은 지난 2013년 설치된 좌석으로 임산부가 있는 경우 먼저 앉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노약좌석을 제외한 전체 좌석의 4.8%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유섭 인턴기자 im.yuseo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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