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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가봤습니다] 시계 걸린 이승엽 홈런볼 잡으러 대구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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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볼 수 있는 이승엽.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볼 수 있는 이승엽.

은퇴 앞둔 이승엽이 뛰는 대구라이온즈파크 홈런볼 추적기

올 시즌 프로야구는 2명의 스타로 요약됩니다. 5년간의 해외 리그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빅보이' 이대호(35·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라이온킹'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입니다. 지난해 40살의 나이에도 타율 0.303, 27홈런·118타점을 올리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습니다. 그런 그가 23년 프로 선수 생활을 마친다고 선언했으니 야구팬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위치에서 떠나려는 그의 뜻도 이해가 갑니다.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의 마음은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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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와 나머지 9개 구단도 이승엽 선수에 대해 예우를 하기로 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요즘 유행하는 '은퇴 투어'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은퇴를 앞둔 레전드가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 원정 구단에서 선물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데릭 지터, 마리아노 리베라, 칼 립켄 주니어, 데이비드 오티스, 치퍼 존스 같은 특급 선수들이 이런 명예를 누렸습니다. 선물도 가지각색입니다. 양키스 캡틴 지터의 첫 은퇴 투어 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지터의 등 번호 2번이 새겨진 카우보이 부츠와 모자, 골프 클럽을 선물했습니다. 텍사스의 지역색을 반영하고 골프를 좋아하는 지터의 기억에도 남을 선물이었죠. 배트를 부러뜨리는 컷패스트볼로 이름을 날린 리베라는 미네소타에서 부러진 야구 방망이로 만든 의자를 선물 받았습니다. 아마 올해 8~10월엔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겠죠. 이승엽의 소속팀인 삼성도 이승엽의 은퇴 경기를 두고 고민 중입니다. 2010년 현역을 떠난 양준혁 해설위원의 은퇴식처럼 멋진 이벤트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삼성라이온즈는 2017 시즌 홈경기에서 이승엽이 쏜 홈런볼 습득자에게 스위스 명품 시계를 증정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삼성라이온즈는 2017 시즌 홈경기에서 이승엽이 쏜 홈런볼 습득자에게 스위스 명품 시계를 증정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자,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삼성 구단은 올 시즌 이승엽을 떠나보내는 팬들을 위한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홈 경기에서 이승엽의 홈런볼을 주운 관중에게 명품시계를 경품으로 내건 거죠. 스위스 명품 브랜드 IWC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이란 제품입니다. 시가는 무려 500만원이 넘습니다. 삼성의 홈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와 제2홈 구장인 포항구장에서 이승엽의 홈런 공을 주운 사람은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이승엽으로부터 직접 명품시계 제품 교환권을 받게 됩니다. 단, 제세공과금(22%)는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외야 우측에 글러브 부대 북적 #12일 맨손으로 명품시계 노려 #타구 펜스 맞고 떨어지자 "아…" #한화 팬들도 아쉬움 속 발 동동

야구기자로서 힌트를 드리자면 대구(66경기)보다는 포항(6경기)을 노려보시길 추천합니다. 이승엽은 유독 포항에서 강했던 '포항 사나이'니까 말입니다. 이승엽은 포항에서 타율 0.389(89타수 34안타)를 기록했고, 홈런을 11개나 쳤습니다. 라이온즈파크에선 세 배 가까운 254타수에서 홈런 11개(4월12일 기준)를 쳤습니다. 2년 전 이승엽의 KBO리그 400호 홈런도 포항에서 나왔습니다. 지난 2일엔 서울에서 온 40대 직장인 팬이 이승엽의 홈런공을 줍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400호 홈런과 달리 이번엔 삼성 팬이 잡았습니다.

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야구 삼성 라이온즈 대 KIA 타이거즈 경기 이승엽 홈런 이벤트에 당첨된 팬(가운데). [삼성 라이온즈]

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야구 삼성 라이온즈 대 KIA 타이거즈 경기 이승엽 홈런 이벤트에 당첨된 팬(가운데). [삼성 라이온즈]

기자는 12~1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를 취재했습니다. 비교적 시간이 있는 경기 초반, 우측 외야석으로 향했습니다. 왼손타자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날릴 확률이 높은 곳이니까요. 원래 삼성은 3루측에 홈 응원석이 있지만 외야석은 반대였습니다. 물론 삼성 구단 관계자로부터 취재진이 홈런공을 잡아도 선물을 준다는 사실도 확인한 상태였습니다.

이승엽의 홈런공을 잡기 위해서인지 우측에 더 많은 팬들이 자리했습니다. 글러브를 든 팬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2003년 이승엽의 아시아신기록 홈런(56호)을 잡으려던 만큼의 인파는 아니지만요. 아, 참고로 이제 야구장엔 잠자리채를 갖고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KBO는 안전을 위해 길이 1m 이상의 물건을 반입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홈런공을 잡으려면 글러브를 챙기는 게 좋습니다. 물론 기자는 출장중이라 맨손으로 갔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외야로 향한 네 차례 타석에선 홈런성 타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내야석을 구매하시더라도 외야석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삼성라이온즈파크

삼성라이온즈파크

12일 경기 8회 말에 라이온즈파크가 들끓었습니다. 8-8 동점에서 이승엽이 친 타구가 힘차게 우중간을 향해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타구는 담장 상단을 맞고 안쪽으로 떨어졌습니다. 3루타. 1m만 더 날아갔다면 홈런이 되면서 2번째 시계의 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었죠. 13일 경기 두 번째 타석에선 우중간으로 타구가 뻗었지만 우익수에 잡히고 말았습니다. 글러브를 들고 공을 기다리던 관중 사이에선 아쉬움의 탄성이 나왔습니다. 외야테이블석을 구매한 한화 팬들 사이에서도 "아깝다"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삼성 팬 배경찬(35)씨는 "보통은 내야석에 앉는데 오늘은 글러브를 갖고 외야석으로 왔다. 이승엽 선수 홈런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고 웃었습니다. 그는 "사실 홈런이 안 나와도 좋다. 이승엽의 타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엽 선수의 팬이 아니더라도 야구를 좋아하신다면 올해 꼭 시간을 내서 라이온즈파크에 가 보시길 권합니다. 아주 깔끔하고 최신식으로 지어진 멋진 구장이거든요. 한국 야구를 빛낸 영웅의 마지막 모습도 눈에 담을 수 있으니까요. 혹시 또 모르잖습니까. 행운의 주인공이 될지도요.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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