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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대출, 연소득 3배 이내로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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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연봉 5000만원인 A씨는 지난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다. 30년 원리금 균등상환, 금리 연 3.5%로 4억원을 대출받았다. 급하게 돈 쓸 곳이 있을지 몰라 마이너스 통장도 만들어 뒀다. 한도 1억원, 금리는 연 5%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가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목돈이 필요해 마이너스 통장에서 빼 쓰려는데 근처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4%에 해 준다는 광고를 봤다.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 비율’ 첫 도입 #LTV·DTI에 이어 DSR까지 적용 #2019년부터 모든 시중은행 의무화 #마이너스 통장 안 써도 대출로 잡혀 #은행권서 돈 빌리기 더 힘들어져 #필요 없는 한도는 줄이는 게 유리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신용대출 상담을 받았는데 창구 직원이 1699만원까지밖에 대출이 안 된다고 했다. 연봉도 5000만원이고 직장도 견실한데 왜 대출을 더 받을 수 없는지 의아했다. 조만간 KB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중 금융권 총대출액의 연간 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연소득의 3배를 넘지 못하도록 대출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A씨의 경우 주담대 4억원 뿐만 아니라 마이너스 통장 1억원까지 대출로 잡혀 신규 대출을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없게 됐다.

KB국민은행이 대출 심사 때 도입하기로 한 기준이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 비율(DSR)’이다. 연소득의 3배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DSR 기준을 300%로 정했다는 의미다. DSR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지표다.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리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주담대 규제 기준으로 가장 먼저 도입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집값의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대출을 못 해 주도록 막았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일 때는 괜찮지만, 집값이 떨어질 땐 최악의 경우 은행이 담보로 잡은 집을 팔아도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상환 능력까지 고려하는 지표가 도입됐다. 총부채 상환비율(DTI)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에 더해 기타 대출의 연간 이자 상환액을 더한 뒤 연간 소득액으로 나눠 구한다.

돈 빌린 사람이 1년 동안 얼마를 벌어 빚을 갚을 수 있는지를 감안했기 때문에 LTV만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보다는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적다. 현재 LTV는 70%, DTI는 60%가 한도다.

하지만 DTI도 상환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기타 대출의 연간 이자 상환액뿐 아니라 원금 상환액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하는 지표가 DSR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안에 ‘DSR 표준모형’을 개발해 내년 시중은행들이 대출 심사 때 시범 활용하게 한 뒤 2019년부터는 DSR 도입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현 단계에서 DSR이 도입되면 문제가 되는 게 ‘마이너스 통장’이다.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 안에서 원하는 만큼 빼 쓸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돈을 빼 쓰지 않았다면 대출받은 게 아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만큼 대출을 해 준 셈이다. 때문에 DSR을 계산할 때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가 아니라 실 사용액만큼만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각자 얼마를 실제 대출받아 쓰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는 원칙적으로 DSR 계산 때 마이너스 통장 한도 전체를 포함한다.

만약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많다면 대출을 못 받거나 적게 받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KB국민은행은 마이너스 통장 한도 전체를 DSR 계산 때 포함하는 대신 DSR 기준을 300%로 높여 잡았다. 금융당국이 기준으로 삼으려는 DSR 비율은 70~80%다.

◆대출 조이기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대출을 깐깐하게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등 정부의 대출 조이기에도 지난달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월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13조9060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새 2조9308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가계 빚의 4분의 3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이다. 봄철 이사 수요로 2월부터 증가 규모가 커지고 있다.

고란·심새롬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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