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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시 3만3000편 들어 있는 모바일 시 앱 '시요일' 개발

중앙일보

입력

창비의 '시요일 앱' [창작과비평사]

창비의 '시요일 앱' [창작과비평사]

 종이 시집이 사라지는 전조인 걸까. 지난 10일 창비가 출시한 스마트폰 시(詩) 앱 '시요일'이 던지는 질문이다. 앱에는 자그마치 3만3000여 편의 시가 담겨 있다. 1966년 설립된 창비가 지금까지 출간한 시집들에 실린 시가 대부분 실려 있다고 보면 된다. 1975년 신경림의 『농무』로 처음 시작해 400권이 넘는 창비시선의 대부분, 고은 시인의 『만인보』 30권 등이 포함된다. 그 방대한 분량의 콘텐트를 앱 검색창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호출'할 수 있고, 마음에 들면 SNS를 통해 공유하거나 따로 스크랩할 수도 있다. 월 사용료를 내는 앱이기 때문에 창비 시의 유료 DB 성격이다.

 창비 박신규 편집전문위원은 이날 서울 월드컵로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요즘 대중은 호흡 긴 독서보다 시처럼 편 단위의 짧은 독서를 원한다"고 앱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신간 시집의 유통 기간이 3∼6개월에 불과하고, 70∼80년대 종이 시집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그 문제들의 해법이 앱 개발이라는 얘기다.

앱은 가능한 모든 검색방법을 지원하는 느낌이다. 시의 제목이나 본문에 특정 단어가 들어가는 시, 제목에 특정 단어가 들어가는 시집을 검색할 수 있다. '키워드 검색'이다. 차원 높은 '태그 검색'도 가능하다. 감정·주제·시간·소재, 네 범주에 걸쳐 80개가 넘는 해시태그(#) 검색어가 설정돼 있어 이들을 다양하게 조합해 원하는 내용의 시를 찾아볼 수 있다. 가령 '#희망/소망'과 '#꽃/풀'을 동시에 설정해 검색했더니 모두 378개의 시가 떴다. 그 중 함민복의 '가을 꽃 가을 나비'는 '너무도 오래 당신을 찾아 날고 날았지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꽃이나 풀을 '소재'로 한 작품 중 '희망'이나 '소망'의 감정을 담은 시라는 얘기다. 

창비의 '시요일 앱' [창작과비평사]

창비의 '시요일 앱' [창작과비평사]

 날씨·계절 등에 맞춰 매일 시 한 편씩을 배달(푸시)하는 '오늘의 시', '울고 싶을 때' '걸크러쉬'같은 식으로 보다 구체적인 독자의 정황을 겨냥한 시들을 추천하는 '테마별 추천시' 코너도 있다. 검색을 기다리기보다 시가 먼저 독자를 찾아가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앱 개발에 관여한 김사인 시인은 "블로그 등 인터넷을 통해 시가 광범위하게 소비되면서 행갈이가 잘못되거나 오탈자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원본 대조를 통해 바로잡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의 시'를 선정하는 신민아 시인은 "모바일 안에 들어온 창비 서재", 역시 앱 개발에 관여한 박준 시인은 "소설과 달리 편 단위로 골라 읽는 시집의 일반적인 독서법에 잘 들어 맞는 플랫폼"이라고 평했다. 

 개발자 측의 이런 찬사에도 불구하고 종이 시집의 물리적 감흥을 아쉬워하는 독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인들이 앱에 자신의 시가 실리길 거부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시가 더이상 인간과 세상의 보편적 진리에 닿고자 하는 진지한 장르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소비되는 재기 넘치는 문장쯤으로 여겨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오늘의 시'를 선정하는 신민아 시인은 "요즘 젊은 세대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좋아하는 아이돌의 '움짤(동영상)'을 올릴 때 액세서리처럼 마음에 드는 시구절 한두 줄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시를 소비한다"고 소개했다. 앱을 통한 시 소비가 시의 위상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거나 종이책 시집만 품격있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이라는 얘기다. 김사인 시인은 "시가 새로운 차원의 존재방식을 얻게 될지 여부를 이번 앱에 대한 반응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요일 앱

시요일 앱

 시요일 앱의 한 달 이용료는 5000원이다(상시 할인가). 6개월치를 한꺼번에 결제하면 월 39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출시 기념으로 이달 말까지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www.siyoil.com).

창비 강일우 대표는 "도서관이나 학교 등 기관이나 단체의 수요도 상당하리라고 본다. 별도 마케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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