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 모범생이 엄마를 살해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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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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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고3 학생이 그해 3월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 시신을 8개월이나 내버려둔 사건이 드러나 세상에 충격을 안겼다.


모범생, 모친 살해, 시신 방치… 키워드 하나하나가 참혹한 탓인지 이 이야기는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온라인에 떠오를 때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최근에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사건과 관련 '엄마를 살해한 전교 1등'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은 2015년 방송된 MBC '경찰청 사람들 2015'의 캡처 사진을 담고 있다.

어머니를 죽여 존속 살인범이 된 고등학교 3학년 김군. 학교에선 별 탈 없어 보이는 모범생이 패륜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어머니의 학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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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의 어머니는 살해하기 전 거의 사흘을 잠을 못 자게 하고 공부만을 강요했다. 어머니는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 밥이 고마운 줄 알아라"며 밥도 굶겼다.

책상 앞에 앉아 잠깐 졸았다는 이유로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9시간 동안 골프채로 200대를 맞았다. 김군의 친구는 그의 집에 놀러 갔다가 골프채에 피가 묻었던 것을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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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의 아버지는 이미 5년 전 집을 나와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MBC와의 인터뷰에서 김군의 아버지는 그동안 통화를 한 번도 안 했냐는 질문에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았다. 그리고 사실 나도 조금 애 엄마가 무서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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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학대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군은 결국 어머니를 살해했다. 잠든 엄마를 보고 화를 참지 못해 주방에서 칼을 가져와 어머니의 눈을 찔렀다.

잠에서 깨 아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김군의 어머니는 "이렇게 하면 넌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을 거야, 왜 이러는 거야?"라고 소리쳤다. 이에 김군은 "이대로 가면 엄마가 나를 죽일 것 같아서 그래. 지금 엄마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엄마 미안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실제로 김군은 전교 1등을 다투는 최상위권 학생은 아니었다. 김군은 고1 때부터 성적이 떨어지자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어머니 몰래 고치기 시작했고 이를 어머니는 몰랐다. 실제로는 내신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수능성적도 수리 7등급, 언어 4등급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군은 전 과목 100점에 전교 1등으로 성적표를 조작했고, 전국 순위도 60등 정도로 고쳤다. 이때문에 어머니에게 그는 최상위권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 성적에도 어머니가 만족하지 못하고 매의 강도와 빈도를 높이자 김군은 참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를 살해한 후 김군은 시신을 내버려 둔 채 영화나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다. 어머니 등쌀에 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그전까지는 부른 적이 없는 친구들을 집에 불러 라면을 먹고 게임을 함께 했다. 친구들이 시신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안방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들과 연락이 안돼 집을 찾은 아버지의 신고로 밝혀졌다.

김군은 재판 끝에 장긴 3년 6월, 단기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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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김군은 친구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낸다. 그 내용은 이렇다. "부모는 멀리 보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만 보라고 한다. 부모는 함께 가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앞서 가라고 한다. 부모는 꿈을 꾸라고 하지만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희주 인턴기자 lee.hee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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