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수첩' 박 전 대통령 저격 새로운 증거로… "정치 편향 작품에 보조금 지급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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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60ㆍ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업무 수첩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저격하는 새로운 증거로 떠오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법에서 11일 열린 최순실씨의 뇌물 혐의에 대한 2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작품들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이 2015년 1월 9일 박 전 대통령과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을 함께 만나 면담했을 당시 김 전 장관이 작성한 업무수첩 내용을 제시한 뒤였다.

특검팀이 “박 전 대통령이 한 말을 메모한 내용 중 ‘건전 컨텐츠’라고 기재된 부분이 있는데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이 정치 편향적 작품의 보조금 지급을 걱정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과 공모해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어 수첩 아랫부분에 적혀있는 ‘정치권의 영향을 끊을 것’ 이란 문구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당시 국회의원들이 문체부 산하 기관장에 대해 추천을 많이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그런 사람들이 임명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추천권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매우 언짢아했다”고 부연했다. 안 의원은 면담 전인 2014년 4월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국가대표 선발 특혜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특검팀과 최씨 변호인들의 신문이 끝나자 최씨는 직접 김 전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최씨는 갈라진 목소리로 “안 의원의 의혹 제기로 아무 문제 없는 어린 제 딸이 굉장히 타격을 많이 받았다. 당시 국회 대정부 질문 때 이런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했던 거 기억나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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