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홍준표 울었다...10일 퇴임사 도중 3차례 말 잇지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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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질 수 있었던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선관위 통보를 늦춰 결국 무산시킨 ‘스트롱맨’ 홍준표 경남지사가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퇴임식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경남도청]

홍준표 경남지사가 퇴임식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경남도청]

홍 지사는 10일 경남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35대·제36대 홍준표 도지사 퇴임식’에서 “지난 4년 4개월간 정말 고마웠다. 행복했다”는 말을 하는 도중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아버지, 어머니 산소가 가까이 있어 자주 갈 수 있는 것도 참 좋았다”며 “제 어머니는 항상 일만 하고, 손해 보고, 자식들 위해서 모든 것 희생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였다”며 또 한 차례 울먹였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홍 지사는 1~2분가량 복받친 마음을 추스른 뒤 간신히 다음 말을 이었다.

홍 지사는 “제 어머니 같은 분이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는 나라, 제 어머님 같은 분이 아이 키우면서 웃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과 일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서민 자녀 교육지원 4단계 사업은 각별한 애착을 가졌다”며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도 꿈을 꾸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뒤 홍 지사는 단상에서 퇴임식에 참석한 공무원 등에게 큰절을 하는 것으로 퇴임식을 마무리했다. 한 도청 관계자는 “홍 지사는 중앙 정치권에서 밀려나 자신의 고향에 유배되듯 내려왔는데 다시 대권 후보가 돼 비상하게 됐으니 그 과정에 남다른 감정이 있어 눈물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4년 4개월간 도정을 수행하면서 이룩한 업적 등을 설명하고,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킨 배경을 다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지금은 대란대치의 시대다. 이런 위기 속에 누가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지도자인지 남은 선거운동 동안 유권자들에게 물어보겠다”라며 “대붕(大鵬)처럼 날아오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 지사는 9일  자정을 2~3분 남기고 사퇴서를 박동식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전자문서와 인편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선관위에는 사퇴서를 9일 자정 전까지 접수하지 않았다. 지사 보궐선거 실시는 사퇴서가 의회 의장에게 통보되고, 사퇴에 따른 궐위 대행자인 류순현 행정부지사가 9일 자정 전까지 공문서로 선관위에 통보해야 확정된다.

‘사퇴 통보시간 기준’으로 임기 종료일을 확정하는 공직선거법의 보궐선거 규정에 따라 30일 전인 9일 자정 전까지 선관위에 사퇴 사실을 통보해야 하지만 홍 지사는 29일 전에 사퇴하면서 보궐선거를 없도록 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시민단체에선 “홍 지사가 보궐선거로 야당 측 인사가 도지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도민의 피선거권과 참정권을 박탈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남지역 시민사회 단체 관계자 20여명은 보궐 선거 무산과 관련해 이날 홍 지사의 차량에 소금을 뿌리고 홍 지사가 떠나는 것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만세 삼창을 하기도 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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