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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대상포진·폐렴구균·일본뇌염 이제라도 백신 맞고 예방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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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때 챙겨야 할 예방접종

건강의 가장 큰 적은 방심이다. 중·장년은 방심으로 건강을 잃기 쉬운 시기다. 만성질환이 하나둘 쌓이면서 몸의 부담이 늘고 어느새 세균·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힘이 떨어진다.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 예방접종은 가장 확실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전략이다. 하지만 성인의 예방접종률은 높지 않다. 아직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해 정작 본인의 건강을 챙기지 않는다. 세계 예방접종 주간(4월 24~30일)을 앞두고 중·장년이 특히 소홀하기 쉬운 예방접종 세 가지를 알아봤다. 


2015년 기준 국내 대상포진 환자 수는 66만6045명이다. 이 중 중·장년(40~64세)이 절반 이상(52.7%)을 차지한다. 중·장년 대상포진 환자는 해마다 급증한다. 최근 5년 새(2011~2015년) 27만2772 명에서 35만1136명으로 8만 명 가까이 늘었다. 예방접종률이 낮은 것이 이유 중 하나다. 접종 대상 10명 중 1명 정도만 접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상포진 예방접종률 10% #폐렴은 1년 내내 발병 가능 #일본뇌염 주의보 이미 발령

40~64세 대상포진 환자 매년 증가

대상포진은 어릴 적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몸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공격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띠 모양의 물집으로 나타난다. 산통과 맞먹는 극심한 통증으로 악명이 높다. 물집이 사라진 후에도 적잖은 환자에게서 통증이 남는다. 백신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런 통증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겼다. 지금은 1회 접종만으로 질병 발생의 70%는 막는다. 나머지 30%는 설사 발병해도 극심한 고통을 덜 수 있다.

백신이 개발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안전성도 입증됐다. 50여 개국 3800만 명이 접종한 가운데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백신 출시 후 30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안전성과 효능·효과가 재확인됐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독일·영국·호주·캐나다에서는 효과와 안전성을 감안해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 필수예방접종 항목에 포함시켰다”며 “한국에서는 아직 선택예방접종으로 개인이 15만~19만원을 내고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폐렴은 감기·독감이 악화돼 나타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폐렴의 원인은 세균·바이러스·곰팡이 등 다양하다. 감기·독감 유행 철이 아닌 봄·여름에도 안심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이재갑 교수는 “주로 감기·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 나타나지만 아무 질환이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며 “폐렴은 1년 내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 폐렴의 위험은 최근 10년 새 매우 커졌다. 2005년 사망원인 10위에서 2015년 4위로 올랐다. 정부가 2013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백신을 전국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할 수 있게 한 이유다. 폐렴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균이 폐렴구균이다. 폐렴뿐 아니라 부비동염·중이염·수막염을 일으킨다. 백신은 조금씩 다른 70여 가지 폐렴구균 중 23가지 균을 무력화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은 60% 내외다. 65세 이하는 이보다도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무료 접종 대상을 65세 이상 노인으로 한정했다고 해서 중·장년이 안심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65세 미만 중·장년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얼마든지 위험군에 포함될 수 있다. 만성 심혈관·폐·간·신장 질환을 앓고 있거나 당뇨병이 있는 환자라면 백신을 맞아두는 게 좋다.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와 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도 1회 접종으로 폐렴을 예방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일 일본뇌염 주의보를 발령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일본뇌염을 옮기는 모기는 작은빨간집모기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발견된다.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렸다고 모두 일본뇌염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80% 이상이다. 나타나더라도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일단 뇌염으로 진행되면 치명적이다. 환자의 5~30%가 사망하고, 20~30%는 마비를 비롯한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

원래 일본뇌염은 15세 미만 소아·청소년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환이었다. 5년 전부터는 40대 이상 환자에게 주로 나타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40대 이상의 경우 과거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뇌염 백신이 시판된 건 1971년,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 모든 유·소아가 접종하기 시작한 건 1985년부터다.

1971~85년 접종자 수는 평균 300명 정도에 불과해 사실상 85년 이전 출생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성인도 접종할 수 있는 일본뇌염 백신이 2015년 국내에서 허가됐다. 질병관리본부는 논이나 돼지 축사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동남아 여행객은 A형간염도 접종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일본뇌염 유행국가 방문 예정인 사람도 접종하는 게 좋다. 방문하는 나라에 따라 A형간염·콜레라·장티푸스·파상풍 백신을 함께 맞으면 도움이 된다. 최근 대상포진이나 일본뇌염 백신 중 하나를 맞았다면 나머지 백신 접종은 4주 후로 미뤄야 한다. 두 백신 간 간섭효과가 발생해 둘 중 하나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 같은 날 두 백신을 맞는 건 괜찮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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