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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천연 조미료로 맛낸 실버푸드, 혈압·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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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어르신 요리교실 가 보니

평균 나이 71세인 남성 어르신들이 요리 교실에서 부대찌개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남성 어르신은 황혼기에 홀로되거나 배우자 간병을 해야 할 때처럼 스스로 끼니를 챙겨야 할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 장석준 기자

평균 나이 71세인 남성 어르신들이 요리 교실에서 부대찌개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남성 어르신은 황혼기에 홀로되거나 배우자 간병을 해야 할 때처럼 스스로 끼니를 챙겨야 할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 장석준 기자

“예전엔 부엌에 들어가기는커녕 아내가 주는 음식만 먹었는데 문득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아내가 아픈 상황이 오면 내가 밥을 챙겨줘야 하지 않겠어요?”(이주광·72)

소금 대신 멸치·다시다·대파 넣어 #파뿌리·양파껍질로 진한 국물 맛 #삶은 라면 찬물로 씻어 기름 제거

지난달 24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양평종합사회복지관 2층 조리실에 이씨처럼 난생 처음 요리를 배우는 남성 어르신 15명의 서투른 칼질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날의 메뉴는 소금 대신 멸치·다시다·대파 같은 천연 조미료로 육수를 낸 저염식 부대찌개. 전옥자 영양사가 “라면을 그냥 넣으면 물이 확 졸아든다”며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씻어 넣으면 기름이 제거돼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맞네, 맞아”라며 깨달음을 얻은 듯한 탄성이 새어나온다. 평균 나이 71세인 이들은 영양사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수첩에 꼼꼼히 조리 방법과 순서를 적었다.

65세 이상 남성 나트륨 과다 섭취

주방과는 거리가 멀었던 남성 어르신들이 앞치마를 둘렀다. 가부장적인 문화 아래서 ‘남자 체면에…’라며 부엌 문턱조차 밟지 않던 것과는 달라진 풍경이다. 양평군보건소 보건복지플라자 이미자 팀장은 “백세시대 건강의 기본이 식단인데 남성 어르신은 조리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혼기에 홀로되거나 배우자 간병을 해야 하는 경우 등 스스로 식사를 챙겨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남성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요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배경이다. 고병옥(67)씨는 “집사람이 손주를 봐준다고 딸 집에 가 있는 바람에 혼자 밥 먹을 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해놓고 간 밑반찬 한두 가지로 대충 챙겨 먹다 보니 뜨끈한 국물 요리 정도는 혼자 해먹을 수 있어야겠다 싶었다”고 수업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이날 노년기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실버푸드 조리 전략의 핵심은 ‘맛있는 저염’이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남성 어르신은 나트륨을 권고량의 두 배 가까이 먹는다. 나이가 들면 미각·후각 등 감각기관이 무뎌지기 때문에 더 짜게 먹는 경향이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선욱 교수는 “침에 음식물이 조금씩 녹아야 입에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노년기엔 침샘 기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천연 조미료로 입맛을 돋우면서 소금 섭취는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옥자 영양사는 “육수를 우려낼 때 파뿌리와 양파껍질을 같이 넣으면 색이 진해지고 달짝지근한 맛도 깊어진다”고 설명했다. 육수에 넣는 멸치는 습기를 날려준다는 생각으로 팬에 살짝 볶은 뒤 육수에 넣는다. 비린 맛은 없어지고 훨씬 구수한 맛이 난다. 칼륨이 풍부한 식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이 떨어지도록 돕는다. 감자·아보카도·새송이버섯·연어·키위 등은 칼륨이 많은 대표 식재료다. 다만 신장질환 합병증이 있는 사람은 칼륨이 잘 배출되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칼륨 풍부하게, 양념 적게 조리

건강한 조리법을 배워가며 앞치마를 두른 어르신은 실제 건강 지표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평군보건소는 2014~2016년까지 남성 어르신 요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78명의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수업 전후 각각 측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46명은 혈압이, 48명은 혈당이, 47명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됐다.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저염 요리실습과 함께 영양·식습관 개선 교육을 함께 받은 결과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최고령자인 임을규(77)씨는 “천연조미료를 활용하는 방법과 양념의 적정량을 아내에게도 알려줬다”며 “종전엔 눈대중으로 양념을 듬뿍 넣어 맵고 짜게 먹었다”고 했다. 백광현(61)씨는 “국에 간할 땐 팔팔 끓을 때가 아니라 식탁에 옮긴 뒤에 해야 덜 짜게 간할 수 있다는 걸 배웠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음식 온도가 높으면 혀가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씹기 쉽고 부드럽게 조리하는 것도 실버푸드의 조건이다. 어르신들은 치아가 불편해 고기나 섬유소가 많은 질긴 채소 같은 걸 먹기를 꺼린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 필요량은 감소해도 단백질 필요량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또 노인은 빈혈이나 변비 같은 증상을 앓는 경우가 많다. 전옥자 영양사는 “고기·채소를 부드러운 질감으로 섭취하려면 찌고 데치고 끓이고 삶는 조리법이 좋다”고 말했다. 고병옥씨는 “지난 쇠고기 미역국 수업에서 배운 대로 고기에 양념을 먼저 해 기름에 볶았다가 푹 끓여 먹으니 고기가 훨씬 부드럽고 맛있었다”며 “아내가 없을 때도 밥을 잘 챙겨 먹게 된다”고 말했다. 섬유소가 많은 채소는 부드러운 잎 위주로 먹거나 국에 넣어 부드럽게 조리한다.

어르신은 ‘몸에 좋다’는 말에 혹해 편식할 수 있다. 골고루 먹는 것도 중요하다. 김선욱 교수는 “특정 음식을 먹으면 건강 상태를 좋게 해준다는 홍보나 TV 프로그램을 믿지 않는 걸 권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다루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질병이 있는 노인이 특정 음식을 편식하면 전해질 이상이나 간기능 손상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먹기 좋고 몸에 좋은 실버푸드 만들려면

노년기 맞춤형 영양 강화
● 매끼 철분·단백질 풍부한 쇠고기·닭고기·생선·두부 중 한 가지 이상 섭취
● 철분 흡수율 높이는 비타민C 풍부한 당근·파프리카·토마토 곁들이기
● 쑥·산나물은 데친 뒤 물에 담가 변비 유발하는 타닌 성분 제거 후 조리

먹기 쉽고 소화 잘되게
● 다진 육류 이용하고, 육류 자를 땐 결 반대 방향으로
● 침 분비 줄어 삼키기 불편하면 국물 있고 촉촉하게
● 연하장애(삼키기 곤란) 있으면 국물에 점도증진제 첨가해 걸쭉하게

삼삼한 조리 전략
● 레몬·식초 등 신맛으로 입맛 돋우고 들기름·참기름으로 고소하게
● 버섯·멸치 가루 등 천연 조미료로 저염·영양 두 마리 토끼 잡기
● 소금은 모든 메뉴에 골고루 나누기보다 한 메뉴에 간 집중

항산화 물질 풍부한 토마토아스파라거스스튜

토마토엔 라이코펜·베타카로틴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아스파라거스의 향은 입맛을 돋운다.

재료 쇠고기(등심) 100g, 토마토 100g, 아스파라거스·청피망·양파·케첩 각 20g, 버터 10g, 다진 마늘 5g, 후추 약간

1 토마토·청피망·양파는 1.5㎝, 쇠고기는 2㎝ 크기로 사각썰기를 한다. 아스파라거스는 2㎝ 길이로 자른다. 2 냄비에 쇠고기를 넣고 케첩·버터·물을 넣고 중간 불로 10분 끓이다가 약한 불로 15분간 뭉근하게 끓인다. 3 고기가 연해지면 채소와 후추, 다진 마늘을 넣고 10분 더 끓인다.

치매 예방에 도움 되는 카레통후추돼지고기찜

평균 나이 71세인 남성 어르신들이 요리 교실에서 부대찌개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남성 어르신은 황혼기에 홀로되거나 배우자 간병을 해야 할 때처럼 스스로 끼니를 챙겨야 할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 장석준 기자

평균 나이 71세인 남성 어르신들이 요리 교실에서 부대찌개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남성 어르신은 황혼기에 홀로되거나 배우자 간병을 해야 할 때처럼 스스로 끼니를 챙겨야 할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 장석준 기자

돼지고기에 카레를 사용하면 누린내 나지않는 저염식 요리가 된다. 카레의 커큐민은 치매 예방을 돕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재료 돼지고기(목살) 400g, 양파 50g, 대파 1뿌리, 카레가루 30g, 통후추 5g, 물 약간

1 돼지고기는 1㎝ 두께로 자른 뒤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2 양파는 모양대로 반으로 자르고 대파는 4㎝ 길이로 자른다. 3 냄비에 돼지고기·양파·대파·통후추를 넣고 물에 카레가루를 개어 넣는다. 4 중간 불에서 30분간 끓인다.

참고 도서: 『100세 건강 영양 가이드』, 삼호미디어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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