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나눠타고 호아툭(Hoa Tuc)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전 10시 레몬그라스 차를 한 잔 마시고 본격적으로 요리 체험을 시작했다. 3코스에는 한국에서 즐겨 먹는 쌀국수, 스프링롤, 월남쌈은 없었다. 첫 코스는 깐 추아 똠(Canh chua tom)이었다. 영어로 스윗 앤 사워(Sweet & Sour) 수프, 그러니까 ‘달고 신 수프’라는 뜻인데 한국의 베트남 식당에서는 한 번도 못 본 음식이었다. 역시 한국에서 구경도 못해본 ‘엘리펀트 이어’라는 채소와 식물 ‘오크라’, 그리고 새우·토마토·파인애플을 기름 두르고 볶았다. 물을 붓고 소금·설탕·레몬·피시소스·타마린소스를 넣고 팔팔 끓였다. 불을 끄고 사기그릇에 옮겨 담은 뒤 맛을 봤다. 태국의 똠얌꿍과 비슷하면서도 순한 맛이었다. 대충 만든 것 치고 아주 맛있었다. MSG 같은 화학조미료는 손톱만큼도 안 넣었는데 맛이 풍부했다. 셰프 완(Oanh)은 “호치민, 즉 베트남 남부 음식은 북부 음식보다 채소를 많이 쓰고 맛이 달다”며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 퓨전음식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음식은 바나나꽃 샐러드. 바나나꽃이 이렇게 큰지, 또 그걸 음식으로 먹는지 처음 알았다. 닭 가슴살·양파·당근·파프리카를 채 썰어 버무린 뒤, 피시소스와 설탕·라임주스로 간을 했다. 플레이팅을 예쁘게 했다고 셰프에게 칭찬받았다. 세 번째 코스는 베트남식 팬케이크 ‘반 쎄오(Banh Xeo)’. 호치민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인기가 많은 서민 음식이다. 셰프가 먼저 완성한 음식은 우리네 빈대떡과 비슷했는데 쌀가루에 코코넛밀크를 부어 만든 반죽이 독특했다. 웍을 다루는 솜씨가 서툴러 팬케이크를 예쁘게 만드는 게 어려웠다. 달고 짭쪼름한 맛이 나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음, 음’ 소리를 내며 자신이 만든 케이크 맛에 감동했다.오후 1시, 자리로 돌아가 참가자들과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맛난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도 좋았지만 베트남 현지인, 다국적 여행자와 어울리는 시간도 좋았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온 댄과 사라 부부는 “집 근처에 베트남 마트가 있으니 오늘 배운 음식을 다시 만들어 보겠다” 했고, 호주에서 온 엠마와 사맨다는 “집에서 쌀국수를 만들긴 어려워도 수프와 샐러드 정도는 할 수 있겠다”며 뿌듯해했다. 참가자들은 호치민 맛집과 마사지숍, 카페 정보를 나눴고, 그 자리에서 SNS 친구를 맺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이날 배운 음식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한국에 널린 베트남 체인 식당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화려하고 맛깔난 정통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보고 맛봤다는 사실이 좋았다. 여차하면 코끼리 귀 줄기와 오크라를 구하기 위해 식재료상을 뒤지고 다닐지도 모를 일이다.
호치민(베트남) 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