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매 최고가 미술 작품은 현재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추상미술가 김환기 작품이다. 불과 2년 반 전만 해도 박수근, 이중섭 등이 차지했던 자리를 김환기 작가가 석권했다. 김환기 작가의 작품은 4회 연속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2015년 10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19-Ⅶ-71 209’가 47억2천1백만원에 낙찰되면서 최고가였던 박수근의 ‘빨래터’(45억2천만원)를 넘어섰다. 그리고 2016년 4월 1970년 작품 ‘무제’가 약 48억6천7백만원에 낙찰된 데 이어, 2016년 6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무제 27-VII-72 228’이 54억원에 낙찰돼 최고가를 또 경신했고, 지난해 11월에는 ‘12-V-70 172’가 63억3천만원에 팔리면서 다시 최고가를 기록했다. 케이옥션은 4월 경매에 김환기 작가의 대표작을 공개하며 또 한 번 최고가 경신을 기대하고 있다.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존 작가들의 작품이 한국적 색채가 짙어 상대적으로 외국인들에게 공감을 얻기 힘든 경향이 있었던 반면, 단색화풍은 해외에서도 호응이 높다. 김환기를 대표로 하여 정상화·박서보·하종현·윤형근 등이 단색화의 선두 주자인데, 해외 유수 갤러리에서 기획 전시가 열릴 정도로 한국 단색화에 대한 해외 미술계의 관심이 뜨겁다. 이러한 단색화 열풍 속에서 한국 미술 시장은 2014년에 비해 2015년은 약 2.5배 성장했고, 2016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7년은 안정기에 접어들어 조정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나, 이번 케이옥션에서 소개될 김환기의 또 다른 대표작이 미술계에 다시금 활기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경매 출품작 중 단색 화가인 정상화 화백의 ‘76-7-26’ 역시 주목해야 할 작품. 1976년 작(作)으로 백색의 은은한 기품이 잘 드러난다. 얼핏 단색으로 덧발린 듯 보이지만 여러 과정을 거쳐 제작된 것으로, 고령토로 초벌칠을 하고 말린 뒤에 칸칸이 접어 균열을 내고 고령토를 떼어낸 자리에 아크릴 물감을 채워 넣는 ‘뜯어내기’와 ‘메우기’의 반복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다. 제작 과정 자체가 곧 작품인 이 그림은 물질이 아닌 정서로서의 물감 스며듦을 보여주며, 감상자를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전후 독일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회화의 새로운 획을 그은 현대미술의 거장 리히터의 작품도 출품된다. 리히터는 사진과 회화, 추상과 구상 그리고 채색화와 단색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라는 매체를 재해석하고 그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추상화 ‘Abstraktes Bild 817-2’는 1994년 작품으로, 투명한 색으로 세심하게 칠해진 층 위에서 다양한 색들이 움직이고 반응하며 기본 색채와의 상호 유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리하여 나타난 축소되고 이동된 색채의 층들이 혼돈 속에서도 구도를 만들며 화면에 윤곽을 부여한다. 뉴욕과 프랑스 유수의 갤러리에서 전시된 적이 있으며, 리히터의 Catalogue Raisonne에 817-2로 등록되었다.
케이옥션의 손이천 경매사가 전하는, 주목해야 할 4월 경매 출품작
총 160여 점, 약 180억원 규모의 작품이 출품될 케이옥션 4월 경매는 4월 12일 오후 5시 신사동 아트타워에서 열린다.
WRITER 손이천(케이옥션 경매사 겸 홍보마케팅 팀장)
EDITOR 김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