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침묵 야구배트 퍼포먼스'는 선관위 공문 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5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선거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결국 홍 지사는 다음날 호남·제주권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선 공식 발언 없이 야구 방망이만 휘둘렀다.

5일엔 "홍준표 정부 만드는 길이 박 전 대통령 살리는 길"…6일엔 아무 말 없이 '침묵'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ㆍ경북 선대위발대식 및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ㆍ경북 선대위발대식 및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홍 후보는 지난 4일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홍준표 정부를 만드는 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살리는 길"이라며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선관위는 이러한 발언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5일 공문을 보낸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홍 후보가 대구경북 선대위 발대식에서 한 발언이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며 "사안이 경미해 행정조치 형식으로 전날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취지"라며 "이후에도 유사한 발언이 반복된다면 추가 조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선관위가 공문을 보낸 다음 날인 6일 지역 선대위 발족식에선 홍 지사는 연단에서 공식 발언을 하지 않은 채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퍼포먼스만 선보였다. 당 관계자는 "오늘부터 경남도지사 사퇴일(9일)까지 공식 행사에서는 아예 후보 공식 발언을 뺐다"며 "선관위 유권해석에 의하면 의례적 인사를 제외하고는 문제가 될 수 있어 웬만하면 아무 말 안 하는 방향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기자들을 만나 따로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무대에서 발언을 한 것은 정우택 원내대표였다. 정 원내대표는 "청년과 어려운 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나라를 만들어줄 사람은 홍준표뿐"이라며 "서민 대통령 홍준표"를 외쳤다.

홍 후보는 자신의 사퇴로 보궐선거에 따른 예산 낭비와 줄사퇴 우려 등을 이유로 도지사직 사퇴를 최대한 미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홍 후보가 현직 지자체장인 만큼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때문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대선후보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홍 후보는 대구·경북, 경남, 부산 등을 돌며 유세를 다닐 때에도 "지금은 도지사 신분이라 말을 시원스럽게 못 한다"며  "요즘엔 선관위가 따라다녀서, 제가 10일부터 도지사를 그만두고 자유스럽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