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괴롭혔다고 17세 여성이 8세 여 초등생 죽였다니

중앙일보

입력

“고양이를 괴롭혀 화가 나 범행했다.”

프로파일러 조사 과정에서 범행 동기 밝혀 #경찰, '우발적 범죄' 주장하려는 거짓 진술 #의도적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계속 수사중

인천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10대 피의자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이다.

5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한 고교 자퇴생 A양(17)이 범행동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진술을 했다.

A양은 지난달 29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던 초등학교 2학년 B양(8)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 후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최근 프로파일러가 투입된 두 차례 조사에서 “B양이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배터리가 없어 충전한 뒤 쓰게 해 주려고 집으로 데려갔다”며 “집에 들어갔는데 (B양이) 내가 기르던 고양이를 괴롭혀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 등으로 미뤄볼 때 A양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아파트 폐쇄회로 TV(CCTV)를 보면 A양이 범행 당일 낮 12시50분쯤 B양을 데리고 집에 들어갔다가 3시간 만인 오후 4시9분에 집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동종 전과가 없는 10대 소녀가 3시간여 만에 살인 및  시신 훼손·유기까지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황상 A양이 집에 들어간 직후 범행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고양이를 괴롭힐 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고양이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A양의 진술은 피해자에게 범행 동기를 전가하기 위한 거짓 진술로 보인다”며 “A양은 계속해서 횡설수설하다가 범행동기 등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양이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A양을 6~7일 검찰에 송치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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