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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청와대 새롬이·희망이, 진돗개 맞지만 진도개는 아니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청와대에서 기르던 진돗개 새롬이·희망이(사진)도 주인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수난을 겪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데려가지 않아 “유기견 신세가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엔 서울 삼성동 주민이 2013년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측의 부탁을 받고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도개는 ‘진도에 사는 천연기념물’ #출생지·혈통·체형·외모 충족시켜야

새롬이·희망이가 진돗개인 건 맞느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진돗개’는 맞지만 ‘진도개’는 아니다”고 평가한다.

진돗개는 품종 전체를 일컫는 표현이고, 진도개는 진도에 사는 천연기념물(제53호)로 법적 조건을 충족시킨 개를 말한다.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진도개법)에 규정된 진도개의 조건은 출생지가 진도인 개 중 추가 인증을 받은 개체여야 한다. 생후 6개월이 지났을 때 진도군수가 미리 고시한 혈통·체형·외모 등을 충족해야 한다. 진도에서 태어났더라도 기준에 미달되면 섬 밖으로 반출된다.

한번 진도개로 인정받으면 쉽게 섬 밖으로 나가기도 어렵다. 문화재청장과 진도군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분양도 진도군청에서 지정·관리하는 진도군 소재 28개 사육장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현재 4000여 마리의 진도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진도에서 살고 있다.

새롬이·희망이는 진도에 있는 시범 사육장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50일째에 박 전 대통령에게 분양된 탓에 추가 인증을 받지 못했다. ‘천연기념물 진도개’의 법적 요건에는 미달인 ‘육지 진돗개’인 셈이다.

육지 진돗개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 혈통 인증은 비영리법인 등 민간 단체들이 한다.

새롬이·희망이를 인증했고 현재 보호하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도 그중 하나다. 1980년에 설립된 ‘대한민국국견협회’도 진돗개 혈통인증서를 내주는 등 관련 활동을 한다. 협회 총재인 우무종(69)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진돗개 한 쌍을 선물했다.

‘한국진도견협회’는 70년에 만들어져 회원 7000여 명과 충남 아산 및 경기도 양주 등에 지부를 두고 있다. 그 밖에도 한국진도견연구소·진돗개중앙회·53협회·한밭진도견협회·토종견협회 등이 활동하고 있다.

한영익·윤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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