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최순실에 준 문서, 국가 기밀이라고 생각 안해"

중앙일보

입력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사진 중앙포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사진 중앙포토]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말씀자료 등을 최순실 씨에게 넘긴 이유로 '국정 운영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같은 자료를 '국가 기밀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국정 문건을 최씨에게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비서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측이 '최 씨가 자료 요구를 할 때 국가기밀이어서 못 준다고 거절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정 전 비서관이 최 씨에게 유출한 자료에는 박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표 등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서가 다수 포함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연설문과 말씀자료 등에 대해 최 씨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나'라는 검찰 신문에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께서 단어 하나 뉘앙스에도 신경을 많이 써 직접 많이 고치셨고, 수석들에게도 완성도 있는 자료를 여러 번 강조했다"라며 "저에게도 바로 올리지 말고 '수정할 것이 있으면 수정하고 올리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자료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최씨의 의견 등을 반영했다는 취지의 증언이다.

정 전 비서관의 증언에 따르면 반대로 최씨가 먼저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 전 비서관은 "이는 모두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기 위한 일환의 과정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