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는 집 차라리 증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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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전세보증금이나 대출금을 떠안고 증여하는 부담부 증여가 크게 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가 강화되면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여의치 않아서다. 올해 부담부 증여를 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서울 강남구 A세무회계사무소에는 부담부 증여 문의 건수가 일주일에 평균 20건으로 지난해 이맘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사무소 관계자는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 6월 1일)를 앞두고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비강남권 주택을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 형태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송파구 B사무소 역시 문의 건수가 1년 전보다 60~70% 정도 늘어난 일주일 평균 10~15건에 이른다. 이 사무소 김모 세무사는 "내년부터 양도세가 50% 중과되는 1가구 2주택자들이 서둘러 부담부 증여를 하려 한다"고 전했다.

부담부 증여 때 대출금은 양도세(세율 9~36%)로 부모에게 세금을 매기고 대출금을 뺀 부동산 가액은 자녀에게 증여세를 부과한다. 세목당 금액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누진세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할 때 부담부 증여는 세금 분산 효과가 있다. 박정현 세무사는 "대출금을 뺀 증여 재산은 5억원 이하(세율 10~20%)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세금 부담이 일반 증여나 양도보다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담부 증여를 할 땐 조심할 게 많다. 증여는 소득이나 직장이 있는 무주택 성인 자녀로 한정하는 게 좋다. 자녀가 증여받은 날로부터 3년(내년부터 5년) 이전에 팔면 우회 양도로 간주해 부모에게 양도세를 별도로 물린다. 이우진 세무사는 "자녀가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경우 증여세 면제(성인 3000만원,미성년 1500만원) 대상이 아니므로 입국한 뒤 증여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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